단풍철을 맞아 최근 단풍 명소를 찾는 시민들 사이에서 '단풍이 예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대부분 나무가 여전히 녹색 옷을 벗지 못하고 있어서다. 팔공산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팔공산 일대는 70%가량 단풍으로 뒤덮였다. 당초 산림청이 예측한 '단풍 절정일'이 무색할 정도였다. '단풍 절정'을 판단하는 기준은 산지의 80% 이상이 물들었을 때다.
산이 채 물들지 못한 건 최근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다. 단풍은 9월 말~10월 초 북쪽 찬바람이 불며 최저 5℃ 이하로 내려가면 물들기 시작해 평균적으로 10월 말~11월 초쯤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대구 경우 이날 최저기온이 12℃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단풍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늦가을까지 고온이 유지되다 갑자기 겨울로 접어들면 색감이 거뭇거뭇한 단풍만 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림청 관계자는 "2009년부터 식물 계절현상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단풍의 기준이 되는 '당단풍나무'의 단풍 시기가 매년 약 0.33일씩 늦춰지고 있다"며 "이는 7~9월 평균기온 상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단풍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지난 6~7월 쏟아졌던 폭우를 꼽았다.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여름 한 달 가까이 비가 오면서 일조량이 부족해 벚나무의 나뭇잎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빨리 떨어진 것 같다"며 "느티나무의 경우 습도를 먹은 상태에서 갑자기 고온 환경을 접해 단풍이 갈색에 가까운 색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엽 기자 sylee@yeongnam.com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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