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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이 지난 7일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남일보 CEO아카데미에서 경북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
소설가 출신 연구원장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이 지난 7일 영남일보 CEO아카데미를 찾았다. 100만권 이상 팔린 '영원한 제국' 등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유 원장은 아이디어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과 인문학적 역량을 고루 갖춘 혁신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유 원장은 "대구경북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라며 "영남의 CEO들이 가진 글로벌 역량을 디지털화한다면 3차 산업혁명 시대 주춤했던 대구경북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대구경북의 기술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경우 1천300여 년 전의 종이가 지금까지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도 지름이 9㎝에 불과한 쇠봉이 28t의 종을 지탱하고 있다"며 "모두 현재로선 재현하기 힘든 수준의 기술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남의 CEO들이 이 같은 훌륭한 기술력을 지녔음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게 경북연구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구경북은 새마을운동 발상지로, 한국의 산업화를 선도해 왔다"며 "이런 사람들을 아파트 경비원으로 썩히면 안 된다"고 했다.
대구경북이 현재 수도권 등에 뒤처진 이유에 대해선 3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을 오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원장은 "1993년 경북대 컴퓨터 동아리인 '하늘소'가 혁신적인 PC통신 플랫폼을 개발했다. 당시 안철수의 '안랩'보다도 기술력이 우월했다"며 "결국 하늘소는 벤처투자를 받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안랩을 만든 안철수는 승승장구하며 대통령선거까지 나갔다. 이 장면이 대구와 수도권의 엇갈린 운명을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을 두고는 대구경북에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의 정점인 항공산업의 글로벌 선두주자 '록히드 마틴'의 한 해 매출액이 89조원이다. 삼성전자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이 같은 산업의 거대한 변화는 당시 아무도 예측 못했다. 이 흐름에 대구경북이 올라타야 한다"고 했다.
나라 안팎의 이슈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원장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사업비만 최소 1조달러로 예측되는 '마셜 플랜' 이후 최대 복구사업이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재건 모델로 전쟁 후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을 꼽고 있다고 들었다"며 "재건사업에서 대구경북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경북연구원은 경북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천년 신라를 배경으로 한 문화유산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한창이다. 유 원장은 "당시 경주(서라벌)는 바그다드·콘스탄티노플 등과 함께 글로벌 4대 도시로 불렸다.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이 곧 '디지털 새마을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구원은 '돈 냄새 맡는 사냥개'다. 나라 안팎의 디지털 일자리를 적극 물어와서 경북의 지방소멸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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