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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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5  |  수정 2023-11-15 07:02  |  발행일 2023-11-15 제26면
귀국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

각자 매력 느낀 도시 달라

관광객 유치 골몰 지자체

유사 상품으론 경쟁력 없어

역발상과 다각적 접근해야

[하프타임]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노진실 문화부 선임기자

지난달 개인적 용무로 독일에 갈 일이 있었다. 귀국일이 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찾았다. 유럽의 주요 허브공항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독일이나 프랑크푸르트가 목적지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 거쳐 가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모인 한국인들도 각자 다녀온 나라, 도시가 제각각이었다.

체크인 때 기자 앞에 있던 어르신들은 동유럽 패키지 여행을 마친 뒤 귀국한다고 했다. 공항 대기 의자 옆자리에 앉은 20대 친구들은 프랑스 파리를 다녀온 길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선 경유 노선도 많고, 파리행 열차도 탈 수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독일에서도 베를린이나 쾰른에서 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자처럼 남부 쪽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같은 공항에 모인 사람들이 그토록 다양한 곳에서 왔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는 이들은 아직 자신이 다녀온 나라, 도시의 매력에서 덜 헤어나온 모습이었다. 어르신들은 동유럽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20대 친구들에게도 파리 여행의 설렘이 남아 있었다. 기자는 속으로 '난 뮌헨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저마다 다 제 맘속 기준이 있으니까.

아마 그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나라, 도시'를 물어봤다면 대답이 여러 개로 갈렸을 것이다.

남들이 '대체 그런 곳에 왜 가느냐'고 의문을 가지는 곳이 어떤 이에겐 '가도 가도 질리지 않는 최고의 여행지'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 또 누군가에겐 '노잼 도시'가 다른 어떤 이에겐 '꿀잼 도시'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동안 발이 묶였던 여행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전국적으로 여행객 유치를 위해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각 지자체에서도 관광 인프라 구축 및 콘텐츠 발굴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는 여러 지자체의 슬로건이 된 듯하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며 우려되는 점도 있다. 일부 지자체의 관광 정책이 너무 비슷하게 느껴져서다. 'MZ 세대' '신기술 콘텐츠'… 요즘 관광 정책에 유행처럼 등장하는 말이다. 전국 곳곳이 유사한 전략을 가지고, 비슷비슷한 관광 아이템을 찍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드시 다른 나라, 지자체와 유사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그 도시를 찾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한 번쯤 도시가 가진 약점을 뒤집어 역발상 전략을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본다면 대구는 '수도도 아니고, 바다도 없지만'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의 문화를 느끼며 쾌적한 도시 여행을 하기에 좋은 도시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사람은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그 다름이 정체성, 매력의 한 부분이 된다. 그건 나라나 도시도 마찬가지.

'다시 찾고 싶은 도시'에 대한 각 지자체의 기발하고도 다각적인 접근을 기대해 본다.

노진실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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