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대형 사고 막으려면 반복훈련 통한 루틴 확보해야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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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1  |  수정 2023-12-11 15:51  |  발행일 2023-12-01 제26면
평상시 사고 대피 훈련 반복

위기·위협시 학습된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이끌어주는

루틴 확보가 필수 불가결

기업경영에서도 예외 아냐

[경제와 세상] 대형 사고 막으려면 반복훈련 통한 루틴 확보해야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2022년 10월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천재지변이나 대형사고 없이 서로 뒤엉키면서 158명의 젊은이가 사망했다. 왜 우리 사회에서는 상당한 대비와 예방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형 인명사고가 반복될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스토(Staw) 교수와 동료들의 '위협-경직성 이론(Threat-Rigidity Theory)'이 떠올랐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위기나 위협에 직면할 시 최고의 창의성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가장 경직된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되어 결국에는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즉 위기나 위협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생각과 몸이 굳어 새로운 해결책을 찾거나 합리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채 사고와는 거리가 먼 기존의 습관화된 행동만 반복하다 보니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 집단, 조직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일관된 경향성이다.

따라서 '위협-경직성 이론'에 따르면, 갈수록 재난이 대형화, 복합화되고, 특히 각종 기반시설이 집중되어 위험이 상존하는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대형사고 시 창의성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속적인 반복훈련을 통해 사고대피형 'muscle reaction(무의식적 반응행동)', 즉 루틴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9·11 테러 당시 임직원 2천687명과 고객 250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모건스탠리의 기적'이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의 보안책임자였던 릭 레스콜라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대응매뉴얼을 만들고 분기마다 전 직원에게 73층에서 44층까지 30층을 걸어 내려가는 대피훈련을 꾸준히 실시하였다. 일부 직원들은 반복된 대피훈련을 못마땅해했지만 우직하게 밀어붙여 루틴을 확립한 결과 9·11 테러에서 수많은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루틴(routine)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이지만 운동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하여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다. 특히 멘털 게임이라 불리는 골프에서는 습관을 '루틴'이라 부른다. 루틴을 통하여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하고 게임에만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성기 시절 내가 좋은 샷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언제나 같은 루틴을 따랐기 때문이다. 나의 루틴은 내가 최상의 샷을 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매 순간 평정심을 유지해 주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6일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인 김하성 선수의 올 시즌 분야별 최고 수비수에게 주는 유틸리티(utility) 부문 '골드 글러브' 수상 소식은 한국인 첫 수상이고 내야수로는 아시아인 최초여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김하성 선수는 한 방송에서 "(야구에서 타자는) 열 번 나가 세 번만 쳐도 잘한다고 한다. 즉 실패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실패할 때마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고 멘털이 깨진다. 이를 이겨야 하는데 방법은 그나마 (반복훈련을 통한) 루틴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국민성을 잘 나타내주는 '빨리빨리 문화'에서 보여주듯이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커서 반복훈련이나 학습을 싫어한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반복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론적으로 귀찮더라도 평상시 사고대피 훈련을 반복하여 위기나 위협 시 학습된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이끌어주는 루틴확보가 필수불가결하며 기업경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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