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상표권에 관한 오해들

  •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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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7 07:52  |  수정 2024-01-17 07:53  |  발행일 2024-01-17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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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오랫동안 상표권 자문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상표권과 관련해 오해들을 많이 한다. 그중 몇 가지 대표적인 오해들을 살펴보자.

첫째, 상표를 고안하고 사용하기만 하면 상표권자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상표에 대한 권리를 가진 '상표권자'가 되려면 상표등록이 완료돼야 한다. 내가 등록하고자 하는 상표의 표장(예시·GALAXY)과 그 표장이 사용될 상품(스마트폰)을 특정해 특허청에 제출해 등록결정을 받아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상표에 관한 선출원주의(유사상표가 있으면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인정)를 채택하고 있다.

일단 상표를 고안했다면 최대한 빨리 그 상표의 등록절차를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 등록을 미루다 유사 상표가 등록되면 상표를 계속 사용해와도 영영 상표권을 취득하지 못할 수 있다.

둘째, 유사상표는 특허청 웹사이트(KIPRIS)를 통해 쉽고 간단하게 조사할 수 있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유사상표 여부는 기본적으로 양 상표의 호칭, 외관, 관념을 대비해 결정된다. 수많은 판례가 축적됨에 따라 만들어진 유사 판단의 기준은 비전문가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상표가 유사상표로 판단될지 예측할 수 있으려면 상표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경험이 필요하다. 유사상표 조사는 상표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게 안전하다.

셋째, 상표권이 있어야만 그 상표를 사용할 수 있을까?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사실 행위로, 그 자체가 법적 권리를 필요로 하는 행위는 아니다. 다만 상표를 등록하지 않은 채 상표를 사용한다면 타인의 등록상표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게 될 가능성, 또는 내가 상표를 등록하지 않은 사이에 다른 사람이 내 상표를 등록해 권리를 가로채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적 권리가 불안해질 뿐이다.

넷째, 유사한 선등록상표가 있으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을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단순히 양 상표가 비유사하다고 주장할 수 있고, 선등록상표에 대한 무효심판 또는 취소심판 청구를 고려할 수도 있다. 선등록상표 권리자와의 협상에 따라 양 상표의 공존을 꾀할 수도 있다. 올해 5월부터 상표 공존동의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유사 상표의 공존 절차가 보다 간편해질 것이다.

다섯째, '고의가 없었다'는 항변으로 상표권 침해의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형사 책임부터 살펴보면, 상표권 침해죄는 여느 범죄와 마찬가지로 범죄의 고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어느 등록상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면 그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했더라도 고의가 없어 상표권 침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상표권 침해 사건에서 '고의가 없었다'는 항변은 그 등록상표와 유사한 짝퉁 상표를 제품에 사용하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므로 그것이 '잘못임을 몰랐다'는 의미일 때가 많다. 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는 것을 몰랐다는 이유로 죄를 면하려면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민사상 책임의 경우 고의를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한 경우 그 침해행위에 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일단 추정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관행이 잘못인 줄 몰랐고 '고의가 없었다'는 항변으론 형사 책임도, 민사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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