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2024 주말적 허용 - 立春, 봄이 오는 소리 (1) 겨울의 끝이자 봄의 시작 입춘 맞아…설렘 안고 이른 봄의 풍경을 찾아서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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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2  |  수정 2024-02-02 07:53  |  발행일 2024-02-02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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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윤아기자

2월4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특별한 주말입니다. 절기상 토요일은 겨울의 끝 무렵, 일요일은 봄의 시작점이 되겠지요. 이제 겨울과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다가올 봄을 '만끽할 결심'을 할 시기입니다.

이번 봄은 우리에게 더 뜻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올해 봄은 지난해 6월 사실상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선언된 이후 맞는 첫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팬데믹 이전처럼 활발히 봄나들이에 나설 것이고, 따뜻해진 날씨에 야간관광도 활기를 띨 것입니다.

저 역시 여러 이유로 무척 답답한 팬데믹 시기를 보냈기에, 올해 봄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습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에 갇혀 못해본 것들을 다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야구팬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는 것은 참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길 위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독 예민하게 계절 변화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떤 이에게 날씨는 곧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제가 봄이 반가운 것은 그저 아름답고 낭만적인 계절 때문만은 아닙니다. 누구든지 적어도 '얼어 죽지는' 않을 계절이 왔다는 의미입니다. 또 누구라도 '추위 때문에' 가난을 느껴도 되지 않는 계절이 왔다는 의미입니다.

오래전 몸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겨울날 취재를 간 적이 있습니다. 대구에서 가장 어둡고 추웠던 그곳은 건물 밖에서도, 안에서도 온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취재가 힘들진 않았지만 추위가 문제였습니다. 그렇게 추운 줄 모르고 양말과 신발을 부실하게 신고 간 탓에 발은 약한 동상에 걸려 버렸습니다.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겨울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그 후 몇 년 동안 겨울만 되면 그때 동상 걸렸던 발에 다시 증상이 찾아왔습니다. 한겨울이면 얼어붙는 제 오른쪽 발은 그때 그 추위의 서글픔과 매정함을 잊지 못하게 합니다.

겨울은 흰 눈과 설산처럼 멋진 계절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혹독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커질수록 더욱 혹독하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춥다는 건 서러운 것입니다. 하물며 몸이 아파 투병 중인 사람들에겐 추운 날씨가 더 괴로울 것입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볼 수 있고, 식탁에는 싱싱한 봄나물이 오르고, 제철 과일도 맛볼 수 있다. 야구장에선 좋아하는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고, 밤에 잘 때는 그다지 춥지도 덥지도 않다. 노숙인도 밤에 얼어 죽지 않을 것이고, 도시가스나 에어컨 사용이 힘든 도시의 빈곤자도 혹한이나 폭염으로부터 자유로운 달이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모두가 충만할 수 있는,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제가 쓴 취재수첩의 일부입니다. 저는 그래서 봄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취재하던 때였습니다. 봄이 좋은 이유를 시적으로 표현하진 못했지만, 제가 들 수 있는 모든 이유는 다 들어 봄을 예찬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이유로 간절히 봄을 기다립니다.

따뜻한 날씨에 모두가 한껏 푸근해질 수 있는 계절, 그 봄이 오는 소리가 참 반갑습니다. 좋은 계절은 짧습니다. 이제 아름다운 봄을 즐길 때입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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