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형식의 길] 대백 vs 동백, 숙명의 라이벌戰

  • 길형식 거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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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7 06:48  |  수정 2024-02-07 07:00  |  발행일 2024-02-07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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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형식 거리활동가

더비매치. '동일한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스포츠 클럽 간의 경기'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더비로는 스페인 축구 리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드리드 더비가 있다. 한때 대구에도 유통업계의 더비매치가 있었다. 바로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다.

대구시민들 사이에 한때 유행했던 단어, 언뜻 보면 사자성어 같은 '대월동화'란 말이 있다. 대구백화점은 월요일 휴무, 동아백화점은 화요일 휴무란 뜻이다. 그만큼 이 두 백화점은 지역민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숙명의 라이벌전은 고대 전쟁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했다. 대구상회로 시작했던 대구백화점이 1969년에 백화점을 개점했고, 1972년 화성산업이 모기업이었던 동아백화점이 개점하며 그 뒤를 이었다. 지역 유통업계 양대 산맥은 한때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조차 굴복시킬 정도로 철옹성이었다. 70년대 서울 1등이던 신세계백화점도 야심 차게 대구에 진출했지만, 개점 3년 만에 도망치듯 폐점할 정도였다.

장군멍군이었다. 동아백화점은 대구 최대규모의 동아쇼핑과 서울 쁘렝땅 백화점을 개점하며 지역 백화점 최초의 서울진출을 이뤘다. 이에 자극받은 대구백화점 또한 서울진출 시도와 동시에 대백프라자를 개점하며 맞불을 놓는다. IMF 경제위기를 무사히 이겨내고, 2000년대를 맞이한 두 회사는 주가 전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던 중 새로운 위기에 봉착한다. 바로 롯데의 본격적인 대구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두 회사는 위기의 순간 손을 맞잡고 굳건한 공조 체제를 유지했지만, 롯데의 대구 진출을 필두로 현대, 신세계까지 연달아 입성하며 큰 타격을 입었고, 그 과정에서 동아백화점은 이랜드그룹에 매각되었다. 신세계의 대구 재입성에 대항해 대구백화점은 대백 아울렛으로 맞불을 놓으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지만, 여러 악재가 겹쳐 실적은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고, 결국 본점은 영업 중단을 하며, 현재는 프라자점만 운영 중이다.

대구 지역 백화점의 자존심이었던 두 맞수의 대결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들의 몰락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유통 빅3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공세도 공세지만, 지역 유통업계가 지역민들의 애향심과 과거 성공에 얽매여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현재 국내 유통업계 구조상, 이 지역 유통 라이벌전은 다시 없을 전망이다. 스포츠 경기보다 더 재밌던 지역 라이벌전이 펼쳐진 그 시절이 더욱 그리운 것은, 두 기업이 건재하던 그때가 바로 대구의 르네상스였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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