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있는 거 vs 바꾼 거 vs 만든 거

  • 정창윤 극단 열혈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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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5 08:09  |  수정 2024-02-15 08:09  |  발행일 2024-02-15 제14면
정창윤 〈극단 열혈단 대표〉

현재에도 예술가들은 다양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편적으로 연극 공연을 올리기 위해선 가장 처음으로 하는 일은 어떤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만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종의 선택을 한다. 이전에 공연화된 적이 있는 기존 희곡을 선정할 것인지 또는 작가를 섭외해 오리지널 창작 희곡을 제작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이후 작업에 착수한다. 이번 주는 기존 희곡과 창작 희곡의 차이점과 공연을 제작하는 극단들이 어떤 식으로 대본을 선정하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연극은 크게 기존작품, 각색작품, 창작작품 이렇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기존 작품은 쉽게 말해 현재를 기점으로 작가가 정식으로 출판사를 통해 발간한 작품이거나 이미 예부터 많은 사람에게 읽혀온 고전 문학 희곡 등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벚꽃 동산' 등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세계의 수많은 명작 희곡들이나 우리나라 대표 극작가인 이강백, 박근형, 고연옥 등의 희곡들도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이처럼 이미 수차례 공연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희곡들이 해당된다.

둘째로 각색 작품은 앞서 설명한 기존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 연출가 등의 성향에 맞게 여러 설정을 변형하거나 변주하고 또는 아예 해체하거나 분리하는 등의 작업을 거친 작품을 말한다. 이는 원작이 가지는 주제 의식이나 드라마의 플롯 구조 등 공연화되었을 때 작품 본연이 가지는 매력은 뛰어나지만, 제작자들의 표현 방식에서 부족함을 느낄 경우 각색 작업이 많이 이루어진다. 일례로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인 고선웅 연출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원대(元代) 잡극 작가인 기군상의 '조씨 고아'를 각색한 작품이다. 제43회 서울연극제 대상작인 박성찬 연출의 '반쪼가리 자작' 역시 이탈리아의 소설가인 이탈로 칼비노의 동명 소설 '반쪼가리 자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이처럼 각색 작품은 원작을 토대로 등장인물의 성격 변화, 장르의 변화, 주제의 변화, 결말의 변화 등 현대의 예술가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작품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창작작품은 공연화를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널 작품을 말하며, 원작이 없는 순수한 창작물인 경우나 이전에 공연된 적 없는 신작 초연일 경우 등 창작진이나 제작자 개인의 작업이든 극단 단위의 작업이든 그 프로젝트에서 새롭게 생산된 작품을 말한다.
정창윤 〈극단 열혈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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