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쓰레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 양민경 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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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9 08:08  |  수정 2024-02-19 08:09  |  발행일 2024-02-19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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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긴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새해가 시작됐다. 필자는 지난 문화산책에서 버려진 장난감의 종착지를 이야기했는데 이번 주에도 쓰레기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본다.

쓰레기란 무엇일까? 내가 쓸모없어 버리면 쓰레기지만, 누군가가 그걸 재활용한다면 과연 쓰레기라 부를 수 있을까?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대부분은 자원에 가깝다. 그렇기에 열심히 분리배출에 동참하지만 정작 분리된 쓰레기 중 얼마나 재활용되는지는 의문이다.

명절이 지나니 재활용수거장에 종이박스,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선물세트 포장재가 넘쳐난다. 엄청 고급스러운 모습의 과대포장 박스 앞에 서면, 비록 쓰레기지만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지만, 우리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실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이 제품의 생산 및 설계 단계부터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판매된 제품의 재활용을 위한 회수까지 책임지는 규제가 있다면 어떨까?

우리의 경우 'EPR제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PR'란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줄임말이다. 제조업자나 판매업자에게 제품의 생애주기 동안 일어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높이는 정책이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 후에도 재활용·수거·처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는 EPR는 폐가전제품 무상 수거 시스템이다. 예전에는 돈을 주고 버려야 했던 폐가전제품을 무상 수거하는 이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보다는 규제에 따른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EPR 제도 적용 제품이 일부에 불과하고 법규마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의 상당수가 소각·매립되는 것이 현실이다. 실례로 배달용 플라스틱 음식 용기는 재활용을 위해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장난감에 사용된 양질의 플라스틱은 재활용의 대상이 아니다.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려는 소비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재활용 제도 역시 좀 더 체계적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민경〈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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