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지방소멸 막기 위해선 이제 역발상이 필요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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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3 07:02  |  수정 2024-02-23 07:03  |  발행일 2024-02-23 제26면
지역의 주인인 지역민들이
소프트웨어 중심 발전전략
폐쇄성 버리고 진취적으로
외지인 젊은층 과감히 수용
어우러지는 개방 문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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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1960년대 이후 급격하게 서울·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에서는 끊임없이 주택을 건설하고, 도로와 지하철을 만들었다. 하지만 교통정체는 계속되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집중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젊은이들이 떠나 점점 쇠퇴해 지방소멸이 목전에 닥쳐 있다.

1970년대 이래 여러 차례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일관되게 수도권 억제정책과 함께 지방을 대상으로 주택, 고속도로, 철도, 다리, 산단 등 다양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가 없자 '좋은 일자리' 때문이라 판단하고 수도권의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 분산시켜 혁신도시를 건설하였다. 이 역시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윤석열 정부에서는 핵심 지방정책으로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등으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과연 이렇게 하면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지방을 살리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회의적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여 해법을 잘못 찾는 것은 아닐까? 수도권이 제공하는 더 많은 일자리, 더 좋은 학교, 더 나은 주택, 더 좋은 기회 등과 같은 요소 때문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즉 시장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결과적으로 일자리, 주택 등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일부 좋은 직장의 이전이나 정주환경 등 하드웨어성 인프라를 개선한다고 지방을 살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단순한 하드웨어성 물리적 조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조건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성 문화 때문이다. 서울은 세계 어느 유수 도시에 못지않게 글로벌화되고 개방적이어서 지방은 물론 해외로부터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시장기능이 작동한다. 특히 지방에 비해 익명성(匿名性)이 보장되어 보다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이에 반해 지방, 특히 대구경북과 같이 보수적인 지역은 덜 개방적이어서 외부 사람들을 흡인하는 힘이 부족하다. 또 혈연, 학연 및 지연 등과 같은 연고주의가 작동하다 보니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공정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사업을 하거나 구직을 해야 하는 사람들, 특히 네트워크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대수(大數)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이 작용하여 공정성이 보장되는 개방적 문화의 서울이 매력적이다. 또한 서울이 복잡하지만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하여 많은 정보 습득과 경험을 쉽게 할 수 있어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결론적으로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소프트웨어성 문화와 운영시스템 개선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간 지방을 살리기 위해 인프라에 투자해온 자원과 기간, 노력의 반만 투입해도 문화를 바꿀 수 있다. 물론 정보획득을 용이하게 하고 병원 등에 보다 쉽게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북의 '수요응답형 교통체계'와 같은 효과적 운영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물가가 저렴하여 가처분소득이 높고, 교통 체증이 적어 가처분 시간이 많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방소멸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하드웨어 중심의 발전전략이 아니라 지역의 주인인 지역민이 중심이 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발전전략, 즉 폐쇄성·수구성을 버리고 개방적·진취적으로 외지인들과 젊은이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들을 과감하게 수용하여 지역에 어우러지게 하는 개방형 문화가 필요하다.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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