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상표의 보통명칭화

  •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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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7 07:36  |  수정 2024-02-27 07:37  |  발행일 2024-02-2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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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그립톡(GRIPTOK)'이란 스마트폰의 한 손 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제품이다. 스마트폰 뒷면에 부착해 손가락 사이에 끼워 사용하는 그립형 액세서리다. 네이버에서 '그립톡'을 검색하면 여러 업체의 다양한 그립톡 제품들이 검색된다. '그립톡' 용어는 해당 제품을 가리키는 의미로 쉽게 통용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립톡' 상표권을 가진 업체가 수천 명의 그립톡 제품 판매업체들에게 상표권 침해 내용증명을 발송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허청 데이터베이스인 키프리스(KIPRIS)를 검색하면 'GripTok'이라는 상표가 '스마트폰용 거치대' 등을 지정상품으로 해 2016년 6월14일 출원됐다. 이후 2017년 3월2일 등록됐다. 상표 권리자는 <주>아이버스터 이다. 이 상표와 관련해 지난해 11월22일과 12월21일 각각 두 차례 무효심판이 청구된 이력이 있다.

이 청구는 상표 출원 후 해당 용어가 동업자 및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용 거치대 액세서리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로 널리 쓰이게 되면서 사후 상표의 식별력을 상실했다는 점을 근거로 할 가능성이 있다.

출원 당시엔 식별력이 있었으나 상표등록 후 그 상표가 보통명사로 쓰일 만큼 유명해지면서 식별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초코파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오리온은 1976년 '초코파이'에 대한 상표등록를 마쳤다. 하지만 2001년 대법원은 '초코파이'는 상표가 아니라 '원형의 작은 빵과자에 마시맬로를 넣고 초콜릿을 바른 과자류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인식된다며 식별력을 상실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오리온뿐 아니라 어느 업체든 자유롭게 '초코파이'라는 표장을 제품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식별력을 상실할 뻔 했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상표를 지켜낸 사례도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엘러간(Allergan)의 상표 '보톡스(Botox)'가 그것이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소를 주성분으로 한 화학 약품이다. 특정 부위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 문제를 개선하거나 비대해진 근육 사이즈를 감소시키기 위해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피부과 등에선 '보톡스' 용어가 일반 명칭처럼 사용됐다. 나아가 <주>보노톡스는 '화장품'을 지정상품으로 해 '보노톡스' 상표도 출원했다. 엘러간은 '보노톡스' 상표는 '보톡스'와 유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보노톡스 측은 '보톡스'는 이미 보통 명칭화됐고, 식별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누구도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엘러간의 손을 들어줬다. 엘러간이 다수의 안내자료 및 홍보물을 통해 '보톡스'가 자사 상표임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점, '보톡스'와 유사한 상표들에 대해 이의제기를 해온 점, 여러 공식 간행물 및 기사들 또한 '보톡스'를 보통 명칭이 아닌 엘러간의 상표로 사용한 점 등이 근거였다. 상표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각인시켜 준 판결이다.

'GripTok' 상표의 권리자도 '그립톡' 표장을 사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여러 업체들을 대상으로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했다. 언론 기사를 통해 대응하는 등 상표의 보통명칭화에 저항해 온 것으로 보인다. 몇몇 대기업 또한 '그립톡' 용어 사용을 중단했다고 한다. '스마트톡'과 같은 대체 용어도 등장했다. 하지만 포털에 '그립톡'을 검색하면 여전히 '그립톡'을 보통 명사처럼 사용하는 다수의 제품 판매 페이지와 블로그 게시글을 목도할 수 있다. 'GripTok' 상표가 제2의 '초코파이'가 될지 '보톡스'처럼 독점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현재 진행 중인 상표등록 무효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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