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이른둥이”…대구서 전국 최초 미숙아 육아교실 활짝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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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7 17:06  |  수정 2024-03-07 17:37  |  발행일 2024-03-08 제6면
북구서 ‘이른둥이’ 코칭 프로그램 운영
미숙아 증가추세, 치료 아닌 놀이로 접근
대구보건대
7일 오전 10시30분쯤 대구 북구 대구보건대병원에서 열린 '이른둥이 운동발달 코칭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와 엄마가 고주연 대구보건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의 설명을 듣고 있다.

7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 북구 대구보건대병원 한 진료실. 아기 매트와 소파, 탁자 등 일반 육아 가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2평(6.6㎡) 남짓한 공간에서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가 어른들의 손짓에 맞춰 부지런히 몸을 뒤척였다.

매의 눈으로 아기 행동을 한참 지켜보던 고주연 대구보건대 교수(물리치료학과)는 곧 아이의 엄마를 불렀다. 아기의 상황이 많이 좋아 졌다는 고 교수 설명에 엄마 얼굴은 이내 화색이 돌았다.

고 교수는 "처음 봤을 때는 아기가 허리도 잘 못 펴고 배밀이도 늦어 엄마의 걱정이 많았다. 한 달 새 허리도 꼿꼿하게 펴고, 앉은 자세도 많이 좋아진 아기를 보니 마치 내 아이인 것처럼 흐뭇 하다"며 "아기가 좋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놀이 방법 등을 엄마에게 알려 줬다"고 말했다.

미숙아를 위한 전문 육아 프로그램이 전국 최초로 대구에 마련돼 화제다. 육아계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고주연 교수가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개설 세 달 만에 예약이 힘들 정도다.

북구는 지난 1월부터 재활 치료를 받지 않은 미숙아(이른둥이) 등을 대상으로 '이른둥이 운동 발달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갈수록 느는 미숙아 가정에 놀이 위주 운동 발달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발달할 수 있는 양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아이를 낳는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미숙아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미숙아는 재태 기간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기간과 상관없이 출생 체중이 2천500g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 북구에서 태어난 아기는 총 1천679명이다. 이는 2년 전(2천11명)보다 332명(17%) 줄었지만, 미숙아는 2021년 213명(10.6%)에서 작년 223명(13.3%)으로 미숙아 수와 비중이 모두 늘었다.

미숙아가 증가하면서 이들 가정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정보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는 미숙아 육아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돌아다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지역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섰다. 북구의회 이소림 의원(비례대표)은 미숙아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지역사회 내 보건의료협력체계 구축을 끌어 냈다. 북구보건소는 지난해 12월 29일 대구보건대병원· 대구보건대와 MOU를 맺고, 올해부터 '이른둥이 운동 발달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미숙아 케어'를 위해 민·관·학이 뭉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내 미숙아 및 발달 염려 만삭아를 대상으로 운동 발달 평가 및 놀이 위주 교육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 또 미숙아 발견 및 등록, 프로그램 지원, 사후관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민·관이 협업해 운영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진행은 '이른둥이 운동발달 가이드북'의 저자 고 교수가 한다. 고 교수는 현재 <사>아동운동과학기술연구회 부회장 및 한국인 균형능력 데이터센터장을 역임 중이며, 세계인명사전에도 등재됐다.

고 교수는 "미숙아는 전체 아기의 10%가량에 달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다"며 "미숙아 육아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다. 북구에서 이 같은 기회가 처음으로 만들어져 다행이고,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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