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야구의 나라…야구는 어떻게 '국민 스포츠'가 됐을까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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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8 08:21  |  수정 2024-03-08 08:22  |  발행일 2024-03-08 제17면
문화사적 관점서 서술한 한국야구
야구 명문고 출신 인사와 정치경제
각 분야 결합이 낳은 우리 사회 주목

삼성라이온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의 2023 KBO 정규리그 개막전을 찾은 아구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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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지음/틈새책방/328쪽/1만8천원

지난해 기준 프로 야구의 중계권료는 연간 760억원이다. 이 중 TV 방송사가 내는 중계권료는 연간 540억원, 통신사와 인터넷 포털이 내는 유무선 중계권료는 220억원이다. 축구, 배구, 농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의 한 시즌 중계권을 다 합쳐도 프로 야구 유무선 중계권료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한국에서 프로 야구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양대에서 스포츠문화사학을 연구하는 저자도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에서 축구는 이미 일제 강점기에 '민족의 스포츠'였지만, 야구는 그렇지 못했다. 조선인들이 하기엔 진입 장벽이 높았고 식민 지배로 인한 열등감의 대상이었지만, 야구를 잘한다는 건 엘리트로 인정받는 길이었다. 반면 일본인의 스포츠인 야구로 일본을 누르면 그만큼 쾌감은 컸다.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1970년대 고교별 명문대 입학자 배출 숫자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접했다. 특이하게도 상위권 고교 대부분이 야구부로 유명한 학교들이었다. 지역 명문고들도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때 저자는 명문고의 야구 열기가 고교 야구 인기를 이끌었고, 명문고를 졸업한 엘리트들이 야구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컸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게 된다. 야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는 과정에 대한 가설도 세우게 됐다.

저자는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된 배경으로 각 분야에서 한국 사회를 이끌고 있던 명문고 동문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명문고를 중심으로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고, 고교 야구도 명문고에는 또 하나의 경쟁 무대였다는 것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광복 이후에도 야구는 지역 명문고를 상징하는 스포츠였다. 경기고·경복고·휘문고·배재고·경남고·경북고·광주일고·전주고와 같은 지역 명문과 선린상고·군산상고·마산상고 같은 상업고, 신일고·충암고와 같은 신흥 명문까지 지역 명문고들은 야구를 교기로 경쟁을 벌였다. 학창 시절 야구에 열광했던 엘리트들이 모교의 야구를 지원하고, 언론계도 야구 대회를 열어 신문 판촉에 열을 올렸다.

책에선 1975년 대통령배 고교 야구대회 결승전에 영호남을 대표하는 명문고인 경북고와 광주일고가 진출해 흥행을 이뤘던 상황에 대해서도 그려진다. 악화된 영호남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공화당 인사들은 이를 활용했다. 김종필 국무총리와 박준규 공화당 정책위의장이 함께한 자리에서 영호남 야구 대회 개최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 자리에서 국무총리기쟁탈 영호남 고교 야구대회가 기획됐다.

한국 야구 역사의 변곡점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일제 강점기 조선 야구의 바탕을 만든 일본 유학파들이나 재일 교포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1970년대 재미 교포 사업가 홍윤희가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여러 구단을 방문해 만들어낸 한국 프로 야구 창설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홍윤희의 계획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수뇌부에 전달된 프로 야구 계획안은 홍윤희의 계획서가 바탕이 됐다.

이 책은 한국 야구를 소재로 하지만, 한국 사회를 담아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야구의 나라'의 핵심 소재는 한국 야구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담아내고 싶었다"라며 "'왜 한국이 야구의 나라가 됐는지'를 추적하기 위해선 야구 자체보다 학벌, 경제, 정치와 미디어 권력이 야구를 어떻게 바라봤는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고 밝혔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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