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나무를 심은 사람'에게 배우는 삶, '나부터'

  •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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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1 07:14  |  수정 2024-03-11 07:15  |  발행일 2024-03-11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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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Jean Giono)는 1895년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작은 도시 마노스크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아버지와 세탁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가난하였지만 남프랑스 고유의 광활한 자연을 벗 삼아 성장하였고 16세부터 18년간 은행원으로,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으로, 1929년 34세의 나이에 첫 작품 '언덕'을 발표하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1970년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창작활동을 왕성하게 이어갔는데 '나무를 심은 사람'을 비롯한 약 30편의 소설과 에세이, 시나리오를 발표하였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그의 대표적인 단편소설로 첫 원고를 쓴 뒤에 약 20년 동안 다듬어서 완성한 작품으로 캐나다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라는 화자를 통해 나무를 심은 양치기 노인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역사적 사건, 공간의 사실적 묘사를 통해 핍진성을 강화시켜 독자의 공감과 감동을 일으킨다.

'나'는 고산 지대를 여행하던 중 헐벗고 단조로운 황무지를 지나게 된다. 나무라고는 없는 땅 위로 견디기 어려울 만큼 세찬 바람이 부는 곳이었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우연히 양치기 한 명을 만난다. 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그는 도토리를 고르고 골라 정성스럽게 나무를 심는다. 알고 보니 그는 3년 전부터 이 황무지에 홀로 나무를 심어 왔다고 한다. 시킨 사람도,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는 왜 묵묵히 나무를 심는 것일까? 쉰다섯인 그는 아내와 아이를 잃고 고독하게 살면서 나무가 없어 죽어가고 있는 땅을 살리고자 나무를 심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너도밤나무 재배법을 연구하며 묘목도 기르고 있었다.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중에도 부피에는 여전히 나무를 심고 숲을 지키고 있었으며 부피에가 87세 되던 해, 나는 그를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다. 황무지였던 마을은 물소리가 끊이지 않고 채소밭에 채소가 가득했으며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함께 일구어 놓은 새로운 마을이 되어 있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마지막 문장에 함축되어 있다. '한 사람이 오직 정신적, 육체적 힘만으로 황무지에서 이런 가나안 땅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힘이란 참으로 놀랍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없었던들 이러한 결과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엘제아르 부피에,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낸 배운 것 없는 늙은 농부에게 크나큰 존경심을 품게 된다.'

노인이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황폐한 대지에 아름다운 숲을 되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공의 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묵묵하게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그 과정에서 커다란 좌절과 실패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숲이 되살아나는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비록 작은 한 사람, 개인이지만 그 작은 힘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겨우 나 하나?'가 아닌 '나부터'의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갖고 노력한다면 세상을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 그 변화는 큰 부와 권력을 가진 소수가 아닌 굳은 의지를 가진 개인들의 상상할 수 없는 힘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도 저마다의 나무를 심으며 이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나아가 스스로도 희망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 숲이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나무를 심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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