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신비의 데니소바인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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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1 07:14  |  수정 2024-03-11 07:16  |  발행일 2024-03-11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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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우리들이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서는 배운 바가 있지만 '데니소바인'은 생소하다. 최근 고인류학계를 뜨겁게 달군 화두가 바로 이 데니소바인이다. 데니소바인도 네안데르탈인과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고 사멸하여, 혹자는 네안데르탈인의 사촌이라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라시아 추운 지방에 살았으나, 데니소바인들은 시베리아에서 아시아로, 즉 티베트의 고산지대, 라오스의 삼림지대, 태평양제도의 열대우림으로 퍼져가 살았다. 그들은 혹독한 환경에 잘 적응하는 유전자가 있었던 것 같다.

데니소바인이 알려진 것은 오래지 않다. 러시아의 고생물학자들이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뼈 조각을 발견하여 분석한 결과 그 주인들이 네안데르탈인 같은 고대 인류의 한 종임을 밝힌 것은 2010년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남긴 것이라고는 턱뼈 1개, 손가락뼈 1개, 두개골 조각 1개, 치아 3개, 기타 뼛조각 4개가 전부다. 유전학자들은 이것들과 이것들이 있던 동굴의 흙에서 DNA를 추출하여 많은 비밀을 해독했다. 약 12~19만년 전의 한 어금니가 네안데르탈인과 유전자는 비슷하지만 DNA가 별개의 종임을 알려주었고, 약 5~7만년 전의 손가락뼈도 같은 별개의 종임을 밝혀주었다. 9만년 된 뼈는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혼혈을 보여주어 두 종 사이의 교배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현생인류도 수십만년 전 이 데니소바인과 교배하여 그들의 DNA를 물려받았다. 이들의 DNA가 현재 아메리카와 호주의 원주민 등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점이 흥미롭다. 아마 현생인류가 6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온 후 수만년을 이들과 함께 살면서 교배가 이뤄졌을 것이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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