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기사도 다 싫다는데"…외면받는 택시 전액관리제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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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7 16:55  |  수정 2024-03-27 16:57  |  발행일 2024-03-28 제8면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국토부·대구시에 전액관리제 폐지 탄원서
사업자·노동자 한마음, 1천700여명 서명
운수종사자 실질수입 감소·노사 갈등 초래
“경영 및 근로 형태 다양화해야”
택시
대구 동대구역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의 모습. 영남일보DB.

택시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된 '운송수익금 전액 관리제'(이하 전액 관리제)가 업체와 기사 모두에게 외면받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택시의 반등을 위해서는 경영 및 근로 형태 다양화만이 살길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27일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와 대구시에 택시 전액 관리제 폐지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입법 취지와 달리 전액 관리제가 노동자 수입 감소 및 노사 갈등 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탄원서에는 서상교 조합 이사장을 비롯해 택시 사업자 및 운수종사자 1천716명이 서명했다.

코로나19 및 장기 불황 등으로 택시업계는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대구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는 3천4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천277명의 64% 수준으로 떨어졌다. 법인택시 기사 3명 중 1명은 업계를 떠난 셈이다.

이 때문에 5천664대 법인택시 중 2천264대는 운전기사 부족으로 휴업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운휴 차량 등을 포함하면 실제 가동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누적 경영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 회사가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이 같은 경영난의 주요 원인으로 실제 일한 시간과 다르게 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고정급을 적게 지급하는 기존 사납금제의 병폐를 해결하고 택시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2020년 1월 도입된 전액 관리제를 꼽았다.

전액 관리제는 기대와 달리 운수종사자의 실질 수입은 오히려 감소했으며, 기존 사납금제 대비 높아진 기준금으로 인한 종사자 불만은 가중됐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 성실 근로 의욕 저하로 운송수입금 하향 평준화와 함께 불성실 근로 방지의 어려움으로 인한 노사 갈등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세계 어떤 나라·도시에서도 택시에 전액 관리제를 강제 규정한 곳은 없다"라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생존방안 수립을 위한 활로를 열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전액 관리제 폐지 대안으로 근로 형태 다양화를 제안했다. 노사가 합의를 통해 정액 입금제(일명 사납금제)와 리스제, 파트타임제 등의 임금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은 물론, 더 나아가 최저임금까지 노사 합의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기봉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전액 관리제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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