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공간 업사이클링, 칠성조선소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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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2 07:55  |  수정 2024-04-02 07:57  |  발행일 2024-04-02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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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소설가>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화산 1914'에 방문했다. 책방과 작은 상점들, 카페, 갤러리가 있어 볼거리가 많고 전시, 공연, 워크숍 등의 문화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다. 이곳은 1910년대 대만에서 가장 큰 양조장이었다. 맥주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1987년에 양조산업이 쇠퇴하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오랜 시간 문을 닫은 이곳은 2007년 지자체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화산 1914'는 과거의 산업적 유산을 존중한 타이베이 문화 산업의 상징적인 장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산업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다.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형성하던 산업 활동은 기술 발전이나 경제적 변화로 인해 쇠퇴하기도 한다. 우리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공간의 역할과 기능도 새롭게 정의된다.

산업 공간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도 이러한 공간이 많다. 그중 인상 깊은 곳은 강원도 속초의 칠성조선소다.

1952년에 지어진 칠성조선소는 선박을 만들고 수리가 이루어지던 공장이었다. 산업의 변화로 2017년 공장이 폐쇄되었지만, 일 년 뒤 이곳은 조선소 박물관으로 재탄생되었다. 이곳에서는 선박 공정 과정과 조선업의 역사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종종 예술가들의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박물관 옆에는 작은 책방이 있는데 이는 조선소 가족이 살던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다.

칠성조선소의 일부 공간인 오픈 팩토리에서는 레저용 카약과 카누를 만든다. 이를 통해 조선업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 카페 2층에 앉아 창밖을 내려다보면 속초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60년의 세월 동안 선박을 만들어 바다로 내보내던 칠성조선소의 역사를 그려볼 수 있다. 칠성조선소는 지역 산업의 기억과 삶의 흔적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문화 활동과 가치를 창출하는 좋은 예다.

칠성조선소의 변화는 지역 사회의 활성화와 문화적 창의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한다.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공간은 문화 활동의 중심이 되어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는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산업 공간이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시가 단순한 경제적 중심지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삶의 방식이 교차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칠성조선소를 둘러보면 조선업의 흔적 속에서 문화의 씨앗이 싹트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임은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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