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그릿 : 운동선수의 재능과 노력

  •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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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2 06:55  |  수정 2024-04-02 06:57  |  발행일 2024-04-0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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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성공한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스포츠과학자 또는 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때때로 메시와 같이 축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을 목도하게 되는 우리는 역시, 재능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재능이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가? 성공을 결정짓는 더욱 강력한 힘이 있는가?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는 재능이 성공에 필수요소이긴 하나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으며, 뛰어난 성취는 뚜렷한 목표와 열정을 가진 끊임없는 노력이 성공의 열쇠라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장기적 목표를 향한 지속적 열정과 노력을 그릿(Grit)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스포츠에서 성과와 성공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운동선수는 경쟁상황에 성과를 즉각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극심한 부담감에 노출되어 있으며,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도 높은 훈련을 매일매일 이겨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운동선수에게 그릿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재능의 영역에 대한 기대와 찬양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더크워스는 유명한 철학자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편향적인 기대 현상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를 숭배하게 조장하는 것이다. 즉, 특출난 선수와 자기자신을 비교할 때 자신의 초라함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자기방어기제가 재능을 경배하게 만든다.

예로 전통적인 축구 강호인 독일 팀과 브라질 팀을 비교해 보자면, 선수들이 팀으로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강력한 팀을 구성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독일 팀과 자유분방하며 개인의 번뜩이는 재능을 바탕으로 하는 브라질 팀의 경기 중 우리는 대부분 브라질 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것은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종종 나타난다. 동일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두 후보가 있다고 한다면, 대부분 재능이 우수한 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물론 재능이 우수하고 그릿이 충만한 선수는 'only one'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노력이 없는 재능의 실패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많이 보아왔다. 반면, 탁월한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최고의 노력을 겸비하고 발전해 나아가는 선수는 'only one'은 어려울지라도 최고 수준의 그룹에 속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즉, 재능이 있는 자는 노력이 없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약간의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노력하는 자는 성공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재능과 마찬가지로 그릿이 성공을 불러오는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릿이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의 노력이 담보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막연한 희망의 메시지로 남기보다는 명확한 목표설정과 자신에 대한 정확한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그 길을 수정할 수 있는 과감한 용기와 결단은 재능, 노력과 더불어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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