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형식의 길] 실내 스포츠의 성지 '대구실내체육관'

  • 길형식 거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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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3 07:03  |  수정 2024-04-03 08:55  |  발행일 2024-04-03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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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활동가

1971년 4월, 대구에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실내체육관이 준공되었다. 바로 대구실내체육관이다. 총부지 5천549평에 대구 건축의 전설 후당 김인호가 건축을 맡았다. 예산은 37억원으로 70%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모였다. 지금은 관중석이 3천847석이지만, 개관일인 4월13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최대 1만4천500석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규모였다.

비록 한국 최초는 아니지만 대구에도 드디어 서울의 장충체육관 못지않은 지붕 있는 운동장이 생긴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부산, 인천, 대전, 전주 등 전국적으로 실내체육관 준공 붐이었다. 시설 난으로 허덕이던 실내 스포츠는 그 후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방 경기 개최도 원활해졌다.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도약이었다.

고단했던 시절, 대구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각종 스포츠 명경기로 시민들은 울고 웃으며 버틸 수 있었다. 1970년대에는 박치기왕 김일이 4개국 국제프로레슬링 대회를 개최했고, 거인 레슬러 박송남과 안토니오 이노키의 NWF 헤비급 타이틀전 또한 대구에서 이루어졌다. 1970~80년대에는 유제두, 홍수환, 장정구, 유명우 등의 세계적인 복싱 타이틀전 경기들도 있었다. 1990~2000년대에는 농구 리그 KBL이 출범하고 동양 오리온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며 명실상부 대구 스포츠의 부흥을 이끌었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엑스코나 대구스타디움이 대신하지만, 대중음악 공연 또한 활발했다. 미국 밴드 '더 벤처스', 영국 밴드 '둘리스'가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조용필, 산울림, 민해경 등의 국내 가수들의 콘서트도 있었다. 정치와도 떼려야 뗄 수 없었다. 한때 대구에서 열린 전당대회는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반세기 동안 여러모로 지역과 함께하며 견뎌내 온 것이다.

영광만 가득할 것 같았던 대구실내체육관도 세월이 지나고 노후화되며 그 빛을 잃었다. 현재 지역 연고팀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가 이곳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데, 이젠 놓아주어야 할 때다. 선수에게도 시민에게도 낙후된 시설의 경기장은 고통이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켜나가되 생활체육인들을 위한 실내 스포츠 경기장으로만 운영되었으면 한다. 과거 부실한 인프라를 이유로 야반도주한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에 시민들은 큰 상처를 입은 기억이 있다.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재 대구 연고 프로 스포츠팀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연일 매진 행렬 중이다. 지지부진한 새로운 농구경기장의 건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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