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작곡의 과정

  • 류자현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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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1  |  수정 2024-04-11 08:19  |  발행일 2024-04-11 제17면

[문화산책] 작곡의 과정
류자현 작곡가

한 곡을 만들기 위해 작곡가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순서를 따를까요? 장르나 분야에 따라 방식은 다양하지만, 오늘은 보편적으로 작곡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작곡의 소재를 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소재를 찾고 대략적인 모티브를 잡았다면, 멜로디를 먼저 쓸 것인지 화음 진행을 다 만들고 곡을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곡은 타악기나 드럼의 리듬을 먼저 정하고 곡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주로 장르가 뚜렷한 경우(예 라틴, 힙합 등)에 해당합니다. 멜로디를 먼저 작성한 경우에는 그에 맞는 화음을 찾아야 합니다. 같은 멜로디라도 어떤 코드가 붙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곡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작곡가들에게 매우 신중한 과정입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멜로디는 스케치에 해당하고 화음은 색을 입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색상이 입혀지느냐에 따라 곡이 가지는 느낌도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어떤 작곡가들은 화음으로 색을 입힌 후에 멜로디를 그려나가기도 합니다.

가사가 있는 곡을 작업할 때는 또 다른 순서가 적용됩니다. 곡을 쓰기 전에 가사를 먼저 쓸 것인지, 아니면 멜로디를 다 만든 후에 가사를 추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곡을 만드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은 순서인지 일반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화성과 멜로디가 완성되면 편곡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곡이 오케스트라 곡인지, 실내악곡인지, 성악곡인지에 따라 다양한 악기와 음색을 고려해 편곡합니다.

편곡 과정을 거친 후 연주곡들은 악보화 되어 연주자에게 전달되며, 그 곡을 잘 연습해 관객들에게 선보이면 작곡가의 역할은 끝이 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대중음악, 영화음악, 뮤지컬 음악 등을 만들 때 주로 MIDI 작업을 통해 작업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악기 설정과 음색을 찾고 입력을 한 뒤 음악을 완성합니다. 그 이후에는 가수가 노래 녹음을 하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쳐 대중들에게 음악을 선보입니다.

작곡가들이 소재를 찾는 과정부터 곡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곡은 일주일 만에 완성되기도 하고, 어떤 곡은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영혼을 담아 작업한다는 말이 정말 실감 나는 순간이죠. 여러 곡을 작업하더라도 각 단계를 거치며 감사함을 느낍니다. 작곡가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무래도 곡이 발표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곡가들이 겪는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음악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류자현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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