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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성수언플러그드그라운드에 기아의 세 번째 순수 전기차 모델인 'EV3'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올 1분기 글로벌 마켓 4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선 난항을 겪고 있다. 하이브리드차가 아래서 버티고, 위에선 수입차가 누르는 샌드위치 형국에서 과연 중저가 전기차가 시장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일 자동차 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은 10만3천970대다. 테슬라(25만5천615대), 폭스바겐(14만7천293대), 스텔란티스(13만2천888대)에 이어 네 번째로 실적이 높다.
하지만 국내에선 오히려 수입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산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2만4천520대)보다 32% 감소한 1만6천586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102.9% 증가한 1만3천863대를 기록했다. 증가분은 대체로 테슬라(1천417대→7천922대)가 이끌었다.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 수요가 정체기에 돌입하면서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은 부담이 덜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낮은 수입차 고객은 전기차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상황은 택시 업계에서 민감하게 나타났다. 올해 3∼4월 전기 택시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대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4월 두 달간 신규 등록된 택시(개인·법인) 4천693대 중 전기 택시는 3월 801대, 4월 697대 등 총 1천498대(32%)다. 작년 같은 기간 등록된 전기 택시는 4천25대였다.
연도별 전기 택시 등록 대수는 2020년 903대, 2021년 4천993대, 2022년 1만5천765대로 증가했다가 작년(1만2천552대)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값비싼 전기차 가격에 대한 부담과 부실한 충전 여건이 주된 원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중저가 전기차로 대응하고 있다. 기아는 보조금 인센티브를 포함해 실구입 가격이 3천만원대 중반인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를 다음 달 출시한다. 현대차도 이르면 올해 경형 SUV 캐스퍼 전기차(2천만원 후반대~3천만원대)를 선보인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하이브리드차 글로벌 판매량이 17만5천979대를 기록했다. 도요타(69만3천343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20만2천561대), 스즈키(18만1천320대), 혼다(17만6천267대)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모두 상위 5위 안에 포함된 기업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했다. 업계에선 전동화 흐름에 맞춘 현대차그룹의 중·장기적 전략 아래 시장 수요에 맞는 유연한 생산 능력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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