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쌩쌩…'픽시' 경계령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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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6 19:36  |  수정 2024-06-06 19:56  |  발행일 2024-06-07
웹툰 등으로 초중고 '픽시' 대유행

묘기 영상 찍어 온라인 숏폼 올려

브레이크 없어 도로 위 시한폭탄 취급

시교육청, 공문 및 안전포스터 배부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쌩쌩…픽시 경계령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픽시'에 대한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튜브 숏츠 플랫폼에 픽시 관련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캡쳐

대구 북구에 사는 40대 주부 이모씨의 집은 요즘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초등 6학년 아들이 '픽시 자전거'를 사달라며 조르는 탓이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려던 이씨의 마음은 '픽시'를 인터넷에 검색한 뒤 바뀌었다. 제동장치가 없어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로 불리며 도로 위 시한폭탄 취급을 받는다고 설명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위험하다고 아이에게 설명해도 듣질 않는다. 무조건 사달라고 떼를 쓴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근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일명 '픽시'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학부모는 물론,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10대를 중심으로 픽시 영상을 찍은 후 온라인 숏폼에 올리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픽시가 알려진 건 수년 전부터다.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이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작품 속 주인공이 타는 픽시에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픽시가 일반 자전거보다 외관상 깔끔한 디자인인 점도 학생들의 구매 욕구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픽시의 폭발적인 인기에는 온라인 숏폼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현재 틱톡, 유튜브 숏츠 등에는 픽시 묘기 영상이 수만 개 등록돼 있다. 조회 수가 수십만 단위에 이르는 영상도 수두룩하다. 학생들이 저마다 연습한 묘기를 경쟁하듯 숏폼에 올리고 있다. 초·중학생에게 픽시를 잘 타는 친구는 동경의 대상으로 인식된다는 것.


문제는 픽시가 단순 묘기 부리기 용도를 넘어 도로에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픽시는 손잡이에 브레이크가 없어, 페달에 역방향으로 힘을 가해야 바퀴를 멈출 수 있다. 도로교통법상 제동장치 없는 자전거의 공공도로 운행은 금지돼 있다. 유통될 땐 제동장치가 부착돼 있지만, 묘기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구입 후 브레이크를 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차량 운전자에게 픽시는 '움직이는 시한 폭탄'으로 여겨진다.


김모(북구 태전동)씨는 "최근 아들이 픽시로 멈추는 기술을 연습하다가 넘어져 병원에서 왼쪽 새끼손가락 골절 진단을 받았다"라며 "픽시를 타지 않으면 친구를 사귀기 힘들 정도라고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토로했다.


픽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교육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내부 시스템에 교통안전교육 협조 공문을 게시하면서 PM·자전거와 함께 픽시를 언급했다. 또 픽시를 포함한 자전거 이용수칙 포스터 1만1천여 장을 제작해 다음 주 중으로 일선학교에 배부할 예정이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 픽시=고정기어 바이크(fixed-gear bicycle)의 약칭. 기어 변속기와 프리휠 등 제동장치가 없는 자전거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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