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전기택시, 멀어지는 탄소중립

  • 이승엽
  • |
  • 입력 2024-06-19 19:44  |  수정 2024-06-20 07:24  |  발행일 2024-06-20
작년 870대 등록, 보조금 집행률 74%

5월 말 기준 160대, 목표치 20% 수준

LPG 택시 눈돌리는 업계, 탄소중립 역행

"보조금 확대 등 지원 방안 찾아야"
외면받는 전기택시, 멀어지는 탄소중립
지난 4월 대구 수성구 대구교통연수원에서 '현대자동차 쏘나타 전용택시 1호차 전달식'이 열렸다. 영남일보DB.
대구에서 친환경 전기 택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이미 올해가 절반 가까이 지나갔음에도, 보조금 집행률은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친환경 택시의 부진은 탄소 중립 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전기 택시는 870대로, 당초 목표(1천172대)의 74%에 그쳤다. 2022년(1천210대)보다는 30% 가까이 등록 대수가 감소한 것이다.

올들어 실적은 더욱 저조하다. 5월 말 기준 등록된 전기 택시는 160대로, 연말까지 목표치(726대)의 20% 수준이다. 보조금 조기 소진으로 전기 택시 구매 자체를 포기하는 이도 적잖았던 2~3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외면받는 전기택시, 멀어지는 탄소중립
대구 동대구역 앞 택시 승강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영남일보 DB〉
전기 택시 구입 혜택이 점차 사라지는 탓이다. 현재 전기 택시 주력 모델(아이오닉5·EV6 등)의 가격은 4천800만~5천만 원대로, 기존 LPG 택시 차량(2천300만 원대)의 두 배 이상이다. 이 같은 가격 차를 메워주는게 보조금인데, 매년 줄고 있다. 2018년 대당 2천만 원 수준이었던 대구 전기 택시 보조금은 올해 1천250만 원으로 감소했다.

유지비용 이점도 줄고 있다. 2017년까지 100%였던 전기 택시 충전 할인율이 단계별로 줄어 2022년 7월부터 전면 유료화됐다. 유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도 전기 택시는 제외된다. 사고 시 폭발 위험 및 고질적인 충전 인프라 부족도 전기 택시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완성차 업체에서 LPG 택시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전기 택시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현대차는 지난 4월 단종됐던 '택시의 제왕' 쏘나타 LPG 모델을 재출시했다. 기아차와 KG모빌리티도 각각 K5와 토레스 택시 모델 등을 내놓으며 택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친환경 전기 택시 전환 부진은 탄소 중립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 중립의 핵심은 수송분야에서 무공해차 전환인데, 그중에서도 주행거리가 많은 사업용 자동차의 친환경차 전환이 첫손에 꼽힌다.

이에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달 초 대구시에 전기 택시 확대를 위한 지원 건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전기 택시 보조금 확대 △충전요금 보조금 지급 △차고지 내 급속 전기충전 시설 확충 지원 △취득세 면제 △배터리 교체 비용 지원 등의 방안을 담았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LPG 택시 확대는 유가 보조금 증가로 이어지며 국가 재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구는 2016년 전국 최초로 전기 택시를 도입할 정도로 친환경 교통 선도도시였다. 친환경 택시로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및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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