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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가 구암동 고분군 56, 58호분의 정비를 완료하고 일반에 공개한다. 정비를 마친 56, 58호 봉분의 모습. 북구청 제공. |
1600년 전 삼국시대 신라 지배계층의 삶과 비밀이 묻혀 있는 대구 북구 구암동 고분군이 베일을 벗는다.
북구는 함지산 일대에 조성된 구암동 고분군 56·58호분의 정비를 완료하고 일반인에게 개방한다고 24일 밝혔다. 국가지정유산(사적)으로 지정된 지 5년 만이며, 관계기관과 전문가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봉분 정비를 마친 첫 사례여서 관심이 집중된다.
5~6세기 신라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구암동 고분군은 팔거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구 함지산 서쪽 능선에 조성됐다. 5개 능선을 따라 41만6천여㎡에 369기 봉분이 집약된 구암동 고분군은 면적·봉분 수 등에서 삼국시대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연접분·주부곽식 구조 등 전형적인 신라 고분의 특징을 보이면서도 다른 신라·가야 고분에선 확인되지 않은 돌무지돌덧널무덤(적석석곽)의 축조방식이어서 한반도 고대사와 고분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 같은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구암동 고분군은 지난 2018년 8월 국가지정유산(사적)에 지정됐다. 이듬해 북구는 1975년 최초 발굴된 56호분에 대한 재발굴에 들어갔고, 연접한 58호분의 정밀발굴조사도 추진했다.
그 결과, 56호분에 대해서는 당초 조사(1975년)보다 무덤의 크기가 더 크고, 덧댄 무덤 4기의 존재도 새로 확인했다. 58호분에서는 구암동 고분군 축조방식의 가장 큰 특징인 '구획석열'(고대토목공법) 구조를 확인하는 등 봉분복원을 위한 고고학적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구는 지난 2022년 조사기관, 고고학 및 국가유산 보수 전문가와 함께 봉분정비 실시설계에 착수했다. 같은 해 11월 국가유산청의 승인을 받은 후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봉분 정비에 들어갔고, 공사 착공 후 1년 만에 그 모습을 일반에 공개했다.
다만, 무분별한 도굴로 인해 봉분 내 괄목할 만한 유물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구는 고분군 내 대형 봉분으로 평가받는 5호분, 304호분, 100호분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는 한편, 고분군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관리센터도 신축할 계획이다.
또 운암지 인근 탐방안내소로부터 1.6㎞에 이르는 탐방로를 재정비하고, 이곳에 야간경관 조명도 설치해 불로동·지산동 고분군에 못지않은 관광명소로 발돋움시킨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이번 정비사업은 구암동 고분군의 체계적인 정비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향후 지속적인 고분 복원뿐만 아니라 관리센터 신축, 야간 경관조명 설치, 탐방로 정비 등을 통해 도심 속에서 역사를 느끼고 배우는 공간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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