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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 <주>HD현대로보틱스 상무는 26일 국내 로봇산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 대동모빌리티 S-Factory에서 열린 '대구 로봇기업과 함께하는 기업 애로해결 및 규제개혁 합동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다.
박 상무는 "중국은 2012년부터 로봇에 집중 투자해 10배나 성장했다. 세제 혜택을 주고, 공장 임대료·연구개발비도 지원한다. 심지어 매출의 6%를 현금으로 돌려준다"며 "반면 국내 로봇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작다. 로봇 관련 인프라를 적극 도입해 시장 파이를 빨리 키워야 한다. 그래야 가격경쟁력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HD현대로보틱스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로봇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인 일본산 대비 80~90%다. 가격은 120~150%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극복하기도 힘들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인 자체 외연 확장이 힘든 구조인 셈이다.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장인 공군승 성림첨단산업<주> 대표는 "중국은 육성하던 사업이 잘되고 있어도 전폭 지원한다.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대구시가 진심으로 '로봇도시'를 지향한다면 로봇 산업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특정 산업·기업만 지원한다는 쓴소리가 나와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로봇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기업들은 대구가 '로봇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인력'을 꼽았다. 자율주행 로봇 기업 아이엠로보틱스<주>는 낮은 기업 인지도 탓에 직원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 중소기업,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대구 로봇산업의 특성상 공통적인 어려움이다.
조성엽 아이엠로보틱스 대표는 "지역 대학을 아무리 다녀도 중소기업이란 이유로 지원자가 전무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에서 수급해야 했다"며 "대구에 '휴 스타'(HuStar: 혁신인재양성 사업)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초기엔 수료생 상당수가 외지로 빠져나갔지만, 점차 안정된 이후엔 90%가량 대구에 남은 것으로 안다. 이러한 제도를 되살려서 대구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때 인센티브를 더 주면 수도권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책 프로젝트인 '국가로봇테스트필드 구축 사업'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 특히 대동모빌리티는 설계단계부터 수요기업인 로봇 업계가 참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것을 감안, 테스트필드 일부 구역이라도 준비가 되는 대로 곧장 운영해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
물류로봇 관련 규제나 실외 이동로봇 관련 규제 완화, 동대구 벤처밸리 내 로봇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로봇산업은 첨단산업 중에서도 가장 규제가 심한 분야다.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로봇테스트필드를 조성하고 있고, 올해는 AI 로봇을 주제로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에 재도전한다"며 "대구가 로봇도시로 거듭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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