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복회' 결성지인 대구, 독립운동가 발굴에는 '미온적'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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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14 17:58  |  수정 2024-08-14 17:58  |  발행일 2024-08-15
전문가, 현재 발굴된 125명보다 많은 150명 미발굴 추산

전남·경기 등 다른 시·도에 비해 발굴 의지 없다는 지적

"대구시도 조속히 독립유공자 발굴 계획 수립해야"

市 "현재 연도별 계획은 세워놓고, 연구기관 예산 검토 중"
대한광복회 결성지인 대구, 독립운동가 발굴에는 미온적
지난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대구 남구 앞산 충혼탑을 찾은 한 유족이 위패를 쓰다듬으며 울먹이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한광복회'의 첫 결성지인 대구가 정작 독립유공자 발굴에는 뒷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조속히 독립유공자 발굴 계획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현재 대구 출신 독립유공자 서훈자는 모두 125명이다. 이는 전국 전체 독립유공자 서훈자(1만8천18명)의 0.69%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발굴된 대구 출신 독립유공자보다 발굴되지 않은 수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은 "판결문 등 국내 자료만 살펴봐도, 대구에서 항일운동을 벌였음에도 아직까지 찾지 못한 독립유공자가 92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 자료를 본격적으로 조사하면 150명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보훈단체 관계자도 "대구에선 계성학교 학생과 교사들처럼 단체로 독립운동을 벌인 독립유공자가 부지기수 였다"고 했다.

최근 5년간 신규 발굴된 대구 출신 독립유공자는 35명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15명, 2021년 4명, 2022년 3명, 2023년 9명, 2024년 4명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보훈부의 보훈발굴과(현 보훈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알려졌다. 대구시가 직접 발굴한 인물은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에 대구시의 독립유공자 발굴 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독립유공자 발굴을 위한 연구시설도 없는 데다, 발굴을 위한 지자체 사업도 전무하다는 것.

전남의 경우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독립운동가 찾기 사업을 벌여 총 2천456명의 독립유공자를 발굴했다. 경기도 시흥도 지난해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에 조사 발주를 맡겨 지역 출신 독립유공자 50명을 찾아냈다.

경북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립운동기념관의 연구시설을 활용해 독립유공자 발굴에 나서고 있다. 경북은 지난 2020년 1차 보훈발전 기본계획 연구 용역을 수립했고, 지난해에 2차 계획을 세워 현재까지 573명을 발굴했다. 이 중 56명이 정부로부터 포상받는 성과를 거뒀다.

전문가들은 독립유공자를 찾는 일은 지자체의 발굴 의지가 중요하다며 대구시가 조속히 발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장은 "독립유공자 발굴은 일본 외무성 등의 자료를 모두 분석해야 하므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를 발굴하려면 지자체에서 예산을 투입해 용역을 맡기고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열 한국보훈포럼 회장도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견된 독립유공자는 전체 독립유공자의 5% 수준으로, 아직 95%가 미발굴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구에선 1천 명에 가까운 독립유공자가 그냥 묻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대구시도 연구용역을 보훈전문가에게 의뢰해 독립유공자 발굴사업 및 유가족을 위한 '보훈 복지 마스터플랜'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외철 대구시 복지정책과장은 "현재 경북독립운동기념관에서 경북의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독립유공자들도 함께 발굴하고 있다. 대구시에서도 독립유공자 발굴 사업 계획을 연도별로 세워 연구기관, 예산 상황 등을 놓고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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