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찐 '파워풀 대구'로 거듭나길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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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9  |  수정 2024-09-09 07:01  |  발행일 2024-09-09 제22면

[취재수첩] 찐 파워풀 대구로 거듭나길
이동현기자〈정경부〉

요즘 대구지역 산업단지를 돌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물어보는 유튜브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우연히 성서산업단지편을 봤다. 참 안쓰러울 정도였다. 눈에 띤 댓글을 하나 발견했었다. 댓글엔 "저 임금을 받으면서 묵묵히 일하시는 이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진정한 산업 역군"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6일 통계청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을 발표했다. 대구는 2천965만원, 대한민국 꼴찌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3천만원을 넘지 못했다. 1993년 지역소득을 발표한 이래 30년째 최하위로 부끄러운 성적표다. 한두 번이면 실수지만, 30년째라면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뭐라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대구가 이처럼 생산비중이 열악하게 된 이유는 산업 성장 부진과 취약한 경제 구조 탓이다. 대구 제조업 성장률은 4.4%로 전국 평균(5.1%)보다 낮다. 또한 주력 기업들은 완제품이 아닌 중간재(부품) 생산 및 납품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일색이다. 또 산업비중이 큰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대구는 수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일할 청년들은 고향을 등지고 있다.

그나마 지역에는 에스엘, 피에이치에이, 상신브레이크, 경창산업, 삼보모터스 등 견실한 중견기업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한탄하기 바쁘고, 일자리를 찾아 타지역으로 떠나기 바쁜 지역민들은 이들 기업의 면면을 잘 모른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 정도는 알 것 같다. 수십 년째 지역민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대기업 유치는 그야말로 희망고문이었다. 뜻대로 안되니 이젠 유망기업을 자체 시스템으로 키우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구지역 산단의 현재는 아직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중소·중견기업은 저마다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근로자 임금은 낮고 복지수준은 열악하다. 기업들도 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빨리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타개할 수 있는 묘수를 마련해야 한다.

민선8기 대구시는 5대 신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기존 차부품 산업은 미래모빌리티로 연계하고, 로봇·헬스케어·반도체·ABB(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산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관련 기업유치도 한창이지만 당장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지역에 안착할 시간이 필요하다. '파워풀'한 경제정책 드라이브가 그 구심점이 됐으면 좋겠다. '파워풀'이라는 의미가 대구의 꼴찌 탈출에 도움이 된다면 '컬러풀'보다 못한 디자인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이동현기자〈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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