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강덕 포항시장이 취임 10주년을 맞이해 민선 6·7·8기 성과를 직접 브리핑한 적이 있다.
강산도 변할 만큼의 기간인지라 여러 내용이 넘쳐났지만, 그중에서도 '지난해 기준 14배 증가한 투자유치'라는 발표가 이목을 끌었다.
10년 전인 2014년보다 14배나 많은 7조4천억 원의 역대급 투자유치를 끌어냈다는 것인데, 내용 면에서도 대부분 2차전지·수소·바이오 등 신성상 산업에 집중돼 있어 건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유치는 바로 성장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포항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5년부터 꾸준히 성장해 2021년 기준으로는 23조8천억원으로 6년 만에 44%가 늘었다.
국내외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인구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까지 겪고 있는 소위 '지방 도시'로서는 참으로 대단하다 싶은 대목이다.
반면, 포항 바로 옆 도시 경주는 정반대의 일을 겪었다. 추석을 앞두고 한수원이 핵심부서의 수도권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서다.
마침 2025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경주시민들에게 찬물도 아닌 똥물을 끼얹는 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의 유출 소식은 시민들에게 참담함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게 했다.
기업의 이전은 단순하게 경제적 차원에서만 볼 문제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의 틀에서 기업의 존재는 지방 도시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서울에는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다"라는 비유가 나오겠는가.
옆 도시 경주의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이강덕 시장이 분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앞서 비슷한 일을 겪었던 포항시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먹이 찾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터라 공감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장은 최근 한수원 이전 논란과 관련해 "경주시만의 문제가 아닌 대구·경북, 더 나아가 우리나라 지방 도시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부합하지 않는 엄중한 사안인 만큼 대구와 경북 모든 지자체가 힘을 합쳐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은 최근까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가지고 행정통합을 적극 추진했던 곳이다. 그렇기에 이번 한수원의 수도권 이전 논란은 결코 좌시하고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통합'이라는 큰 뜻을 품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이와 관련해 함께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전준혁기자〈경북부〉
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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