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서 레트로 문화가 유행하며 필름 카메라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
#직장인 이유진(36)씨는 학창 시절 쓰던 카메라를 꺼냈다. '똑딱이'라 불리는 2000년대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다. 이씨는 "SNS에서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저화질의 사진이 유행하는 걸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꺼내봤다"며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한편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에 이런 물건이 다시 떠오르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레트로' 1970년대 佛 언론서 출발한 단어
과거의 것에 향수 느끼고 재현하려는 경향
韓 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문화 유행
당시 대중가요·필름 카메라·LP판…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 중심 인기
"복고풍 패션도 촌스럽지 않고 힙해"
최근 몇 년간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즐겨 입던 옷부터 시작해 음악, 심지어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던 물건까지 다시 사랑을 받고 있다. SNS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지면서 해당 문화가 생소한 이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인기를 끄는 상황이다.
'레트로'는 1970년대 프랑스 언론인들로부터 명명된 단어다. 과거의 취향과 양식에 향수를 느끼고 이를 재현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레트로는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에서 시작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의 저서 '레트로토피아'에서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은 개인에게 심리적 불안을 초래하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거의 가치나 경험에 의지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우리가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건 개인과 사회가 처한 현실적 어려움의 반영이라는 것. 지난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복고(레트로) 문화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84.9%)이 레트로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과거(옛 것)을 그리워하는 주 이유는 '현실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51.6%, 중복 응답)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에서 유행 중인 레트로 문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시기로 한다. 당시 유행한 대중가요, 복고풍 패션, 필름 카메라, LP, 카세트 테이프, 헌 책 등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해당 문화가 당대를 경험하지 못한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험하지 못한 문화라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취업 준비생 박모(25)씨는 "미디어를 통해 X세대 청년들의 모습을 본 적 있는데 자유롭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요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 간접 경험으로도 '힐링'이 됐다"며 "개성 있는 패션도 눈에 띄었는데 촌스럽지 않고 '힙'해보였다"고 했다. 김채은씨도 "집에 있는 오래된 앨범에서 부모님의 젊을 적 사진을 봤다. 90년대에 찍은 저화질의 사진이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는 다른 감성이라 새로워 필름 카메라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젊은 세대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자극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명예교수(소비자학과)는 "아날로그는 감성의 영역에 해당한다.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을 일찍 접한 세대라 이성에 비해 감성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생소한 과거의 물건들이 그동안 느끼지 못한 감성을 선사해 더욱 관심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트로는 세대·국가를 넘어 끊임없이 확대 중이며 이런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국내 그룹 뉴진스의 하니는 버블경제 당시 나온 일본의 대중가요 '푸른 산호초' 무대를 선보였는데, 입소문을 타며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해당 무대가 담긴 유튜브의 한 영상은 지난 23일 기준 조회수 800만회를 기록했으며 "한국인인데 일본인들이 왜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혐오에 찌든 세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조현희기자
과거의 것에 향수 느끼고 재현하려는 경향
韓 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문화 유행
당시 대중가요·필름 카메라·LP판…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 중심 인기
"복고풍 패션도 촌스럽지 않고 힙해"
최근 몇 년간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즐겨 입던 옷부터 시작해 음악, 심지어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던 물건까지 다시 사랑을 받고 있다. SNS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지면서 해당 문화가 생소한 이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인기를 끄는 상황이다.
'레트로'는 1970년대 프랑스 언론인들로부터 명명된 단어다. 과거의 취향과 양식에 향수를 느끼고 이를 재현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레트로는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에서 시작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의 저서 '레트로토피아'에서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은 개인에게 심리적 불안을 초래하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거의 가치나 경험에 의지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우리가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건 개인과 사회가 처한 현실적 어려움의 반영이라는 것. 지난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복고(레트로) 문화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84.9%)이 레트로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과거(옛 것)을 그리워하는 주 이유는 '현실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51.6%, 중복 응답)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
전문가들도 젊은 세대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자극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명예교수(소비자학과)는 "아날로그는 감성의 영역에 해당한다.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을 일찍 접한 세대라 이성에 비해 감성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생소한 과거의 물건들이 그동안 느끼지 못한 감성을 선사해 더욱 관심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트로는 세대·국가를 넘어 끊임없이 확대 중이며 이런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국내 그룹 뉴진스의 하니는 버블경제 당시 나온 일본의 대중가요 '푸른 산호초' 무대를 선보였는데, 입소문을 타며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해당 무대가 담긴 유튜브의 한 영상은 지난 23일 기준 조회수 800만회를 기록했으며 "한국인인데 일본인들이 왜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혐오에 찌든 세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조현희기자
조현희 기자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