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카페 겸 쉼터로 변신한 경북 의성 단촌역](https://www.yeongnam.com/mnt/file/202409/2024092501000731300030641.jpg)
![[동네뉴스] 카페 겸 쉼터로 변신한 경북 의성 단촌역](https://www.yeongnam.com/mnt/file/202409/2024092501000731300030642.jpg)
경북 의성 단촌역(단촌면 장터길 29-6)은 폐역(廢驛)으로 당진영덕고속도로 북의성 IC에서 약 5분 거리(2.5km)에 있다. 역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는 등 외관상으로는 간이역 모습이지만, 여느 시골역이 그렇듯 이용객이 줄면서 2020년부터 더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 유리 출입문에 새겨진 'Coffee'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금은 카페(쉼터)로 변신했다. 기차 손님 대신 카페 손님을 받는 것. 폐역사 입구 쪽에는 모형 증기 기관차를 이용한 포토존이 조성돼 있고, 김용락 시인의 '단촌역'이란 시판이 반긴다.
'늙은 측백나무가/ 반쯤 대머리가 된 회색빛 건물 뒤편 변소 입구에서/ 사색하듯 말없이 서 있는 단촌역/ 붉은색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대합실 나무 의자가 카바이트 불빛 아래서/ 힘이 다한 노인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던/ 경북 의성군 단촌역'(김용락 시 '단촌역' 중에서)
단촌역 카페에 들어서면 과거 기관사가 쓰던 안전모와 열차 운임표를 볼 수 있다. 벽에는 단촌역의 역사가 담긴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작은 도서관에는 책 외에 어릴 때 갖고 놀던 구슬·바람개비가 있다. 카페이지만 바리스타나 종업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도록 커피자판기가 비치돼 있고, 각종 차를 즐기도록 티백이 있다. 다만 관리를 위해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번갈아 가며 봉사 중이다.
차값은 기부 형식이다. 이용자는 후원함에 성의를 표시하면 된다. 일반인의 카페 이용 시간은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로 정해져 있다. 평일에는 사전 예약을 받아 소모임이나 회의 장소로 빌려준다.
폐역이 카페로 바뀌면서 주민뿐 아니라 단촌을 다녀가는 관광객과 고향을 찾아오는 출향인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고 있다. 주민과 출향인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으면 교복 차림으로 단촌역에서 안동으로 기차통학하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고 한다.
현재 단촌면 주민자치회 위원 30여 명은 조를 나눠 매주 토·일요일 카페지기로 봉사하고 있다. 마을 커뮤니티 중심 공간이기도 한 이곳에서 만난 박대용 세촌2리 이장은 "퇴직 후 고향으로 귀촌해 마을 이장직을 맡고 있다"며 "요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원하는 방문객이 많아 얼음을 챙기는 등 카페지기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영리 목적의 카페가 아니니 출향인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 좋겠다. 주변에 고운사 등 관광지도 둘러보고 요리연구가 백종원 덕분에 유명해진 '마늘닭'도 맛보길 바란다"고 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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