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의 개성과 정신, 생애와 일상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투영돼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중 한 구절입니다. 단순히 보면 사랑, 그중에서도 이별에 관한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시인의 삶과 작품이 쓰인 배경을 떠올리면 꼭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인이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였던 점을 생각하면 여기서 '님'은 사랑하는 사람을 넘어 넓은 의미의 대상이 됩니다. 연인일 수도, 조국일 수도, 현실을 초월하는 시공간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의미일 수도 있고요.
이런 이해는 텍스트를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생(生)을 함께 들여다봐야 가능해집니다. '대구문학로드'는 이런 문학적 탐구를 가능하게 합니다. 대구는 수많은 문인을 배출한 지역입니다.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부터 1950년대 전선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까지…. 이 문인들의 흔적은 현재 중구 향촌동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일대를 걸으며 그 흔적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 '대구문학로드'를 대구문학관에서 운영합니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역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문학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국 작가의 삶이 투영되는 거울이기에,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회도 되는 거죠.
기행 코스는 총 8개입니다. '꽃자리길'로 일컫는 제1코스는 6·25전쟁 당시 문화예술인들의 안식처를 조명하는 코스입니다. 전쟁의 참화를 기록한 구상 시인의 시집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린 꽃자리다방, 화가 이중섭이 은지화를 그린 백록다방 등을 둘러봅니다. 제2코스인 '향수길'에선 수필가 전숙희가 향촌동 피란시절 경영한 향수다방을 비롯해 구상, 김팔봉, 마해송 등 수많은 문인들이 전쟁 속에서도 피워낸 예술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수밀도길' '구상과 이중섭 길' '독립과 사상의 길' '교과서 속 작가 길' '다방길' '대구문학관 추천 길' 등 대구 문화예술인들의 수많은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있습니다.
기자도 얼마 전 대구문학로드 기행을 체험하고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대구문학관이 추천하는 대표 로드 '대구문학관 추천 길'을 걸었습니다. 대구문학관 인근에 위치한 예술인들의 옛 거리를 문학 전문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거닐었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하죠. 이번 가을은 지역 문학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문학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위클리포유 20면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