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민주당이 美 대선에서 읽어야 할 것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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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15  |  수정 2024-11-15 08:57  |  발행일 2024-11-15 제27면

[이재윤 칼럼] 민주당이 美 대선에서 읽어야 할 것
논설위원

#낸시 펠로시의 후회=이재명 대표 운명의 날이다. 오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있다. 국회의원직을 잃고 향후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선거비용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하는 '벌금 100만원'이 생사의 분기점이다. 이 대표나 검찰 모두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갈 게 분명하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모두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로선 산 너머 또 산이다. 이 대표는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탔다. 기호지세(騎虎之勢)다. 이를 '거침없이 나아가는 형세'로 읽는 건 오역이다. 그건 파죽지세다. 지금의 국면은 '낙장불입'에 가깝다.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잡아먹힌다. 미 민주당의 패인을 콕 집은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의 말이 비수처럼 꽂힌다. "바이든 사퇴 너무 늦었다." 바이든의 늦은 사퇴가 '플랜B 가동'의 기회를 차단한 것을 후회한 말이다. 두 나라 두 민주당의 리스크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적 올바름의 종언=트럼프 당선을 '서구의 종언'이라 규정한 독일 슈피겔지의 사설은 "PC 광풍은 사라졌다"는 뉴욕타임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PC'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뜻한다. 민주당 참패는 정치적 올바름의 과잉에서 비롯된 '문화전쟁의 패배'라는 자성이 진보 지식인들 사이에 분출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서구 민주주의가 힘겹게 쌓아 올린 정치적 성취이다. 트럼피즘의 승리는 근대 민주주의 체제가 수명을 다했음을 상징한다.(김누리 중앙대 교수) 미국 중산층은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 '정치적 올바름'만을 훈장처럼 내세운 워싱턴 기득권 세력과 좌파 지식인들의 위선에 절망했다. 이념 지향적인 86세대가 주축인 우리의 민주당 역시 '정치적 올바름의 과잉'과 '위선'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올바름'을 높이 주창할수록 '위선'의 위험성은 더 커진다. '올바름'을 지킬 것인가 '먹사니즘'으로 돌아설 것인가? 미 대선이 우리 민주당에 던진 질문이다.

#극우정치와 손잡은 복음주의=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했으며 끊임없는 여성 편력, 과격한 막말과 기행, 거짓말을 일삼는 트럼프를 신실한 크리스천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런 그에게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은 몰표를 던졌다. 4년 전에 그랬고, 이번에도 80%나 지지했다.(NBC 출구 조사) 이유가 뭘까. 동성애, 성전환, 낙태, 동성결혼 등 핵심 이슈를 민주당이 잘 못 다뤘다. 민주당 지지자였던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이 된 데도 트랜스젠더 딸 문제가 있다. "딸이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 사상에 의해 살해됐다(killed)"고 분노했다.

미 복음주의는 한국 교회의 교과서다. 코로나 방역 반대 시위를 벌인 보수 교회, 이단성 시비에 휩싸인 다수의 유사 집단, 광화문 광장을 점령한 기독교 단체들이 크고 작은 선거에 개입, 영향력을 행사한 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뉴라이트운동의 산파역 상당수도 보수적 크리스천들이다. 이들이 주목한 건 "창조 질서에 반한다"는 '젠더' 문제다. 민주당은 어정쩡하다.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분은 국민의힘으로 이적하셨다"며 선을 그었지만, 한국 교회는 여전히 민주당을 의심한다. '가치'와 '현실' 사이 감춰진 모범 답안을 찾아야 하는 게 민주당의 딜레마다. 자칫 국민 20%(2022년 기준)를 신자로 둔 한국 교회를 정치적 에너미(enemy·장애물)로 둬야할지 모른다.
이재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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