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民)이 군(軍)을 동원하다니, '군인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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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10  |  수정 2024-12-10 06:57  |  발행일 2024-12-10 제23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 계엄은 군을 동원했다는 측면에서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군사 쿠데타 범주에 들지만, 정변의 주체로 보면 확연히 다르다. 예전에는 군부가 스스로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정변을 일으켰다면, 12·3 사태는 민이 군을 무단 동원 내지 이용한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군이 개입한 정변은 제3세계 독재정권이나 전(前)근대 국가 시스템에서 반복되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를 위협해 온 주적 중의 하나다. 12·3 비상계엄은 군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넘어 정치가 군대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반(反)민주성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현태 707 특임단장이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사죄했다. 707 부대는 헬기를 동원 12·3 비상계엄의 핵심 현장인 국회에 강제진입하고, 본회의 개최 저지를 시도했다. 김 단장은 "707 부대원들이 괴로워하고 있다"며 "부대원들은 죄가 없고,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인 나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출동을 지시하고, 국회 건물을 봉쇄하고 창문을 깨고 들어가라고 지시한 것도 저"라며 "계엄상황에서 국회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잘 몰랐지만 모르는 것 또한 저의 책임이다"고 했다. 숙연한 군인의 고백이다.

12·3 비상계엄에 개입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비롯해 군수뇌부의 단죄는 불가피하다. 동시에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국군의 위상 실추와 지휘부 공백을 무한정 허용해서도 안되는 책무가 있다. 군인은 상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숙명을 가진다. 부하들에게 미안하다고 외친 김 특임단장의 진성성이 어디에 있는지 옥석을 살펴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가 군을 동원한 그 자체가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다. 대한민국 군대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무한정 고개를 숙이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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