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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지난 8월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8월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나온 '배드민턴 퀸' 안세영(삼성생명)의 말이다. 그는 "내 원동력은 분노"라고도 작심 발언을 해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줄곧 무릎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표팀의 대처에 실망했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했다.
안세영의 말은 체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한 종목의 '1인자'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자마자 내놓은 발언은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체를 발칵 뒤집어놨고 고질적인 문제들을 되짚는 계기가 됐다.
국회에선 체육계 부조리를 다루는 현안 질의를 지난 9월 부랴부랴 열었다. 배드민턴협회와 더불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불발과 국가대표팀 내홍, 대표팀 감독 선임 등으로 비판받은 대한축구협회가 중심에 섰다. 10월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체육계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는 체육계에 대한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대한체육회, 여러 경기단체가 과연 선수들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화두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일 것이다. 체육계의 부당한 관행, 조직 사유화 등은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이 터져나왔다.
'안세영이 쏘아 올린 공'은 아직 뚜렷한 효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세영의 발언을 계기로 조사를 진행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비(非) 국가대표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폐지,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에 대한 선수 결정권 존중 등의 시정명령 조처를 내렸고, 국가대표 선수의 복종을 규정한 협회 규정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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