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미디어,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가?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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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20  |  수정 2024-12-20 07:04  |  발행일 2024-12-20 제26면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아나운서 출신 전민기, 정미녀 부부의 이야기가 논란이다. 프로그램은 결혼 10년 차 부부의 갈등을 다루며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성관계 횟수와 같은 지나치게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되며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줬다. 과연 이런 내용까지 방송으로 전달해야 했을까?

부부 이야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다뤄지는 소재다. 갈등, 화해, 그리고 사소한 일상까지,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공감하거나 웃음을 얻는다. 성적인 부분도 종종 언급된다. 그러나 이번 방송처럼 성관계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이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이런 지나친 노출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미디어의 윤리적 경계를 흐린다. 시청자들은 과연 이런 사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알아야 할까?

방송은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제작된다. 그러나 부부의 성관계처럼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는 '알 권리'를 넘어 '알고 싶지 않은 권리'를 침해한다. 특히 미디어는 단순한 오락의 장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가진 플랫폼이다. 자극적 콘텐츠를 양산하며 관음증적 시선을 조장하는 것은 미디어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 가치에 어긋난다.

해당 프로그램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방영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예인의 성적 사생활을 지나치게 소비하는 문화는 사생활 존중이라는 기본 윤리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콘텐츠가 청소년들에게 타인의 사생활을 관음증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예인을 넘어 주변 사람들까지 대상화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방송사가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 SBS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방송사 중 하나다.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단순히 "불편하면 보지 말라"는 태도는 미디어가 가진 사회적 영향을 간과하는 무책임한 발언에 불과하다.

미디어는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연예인 부부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가치관과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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