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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
'드라마와 영화가 사랑한 국내 최대 사극 촬영장'.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에 걸려있는 문구다. 사극 촬영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문경시의 자부심이 오롯이 담겨 있다. K-사극 열기를 이끈 문경 촬영장에도 아쉬운 게 있었다. 날씨가 궂으면 촬영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속앓이를 날려버릴 호재가 생겼다. 문경 옛 쌍용양회 부지에 버추얼스튜디오가 구축된 것.
경북도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구축한 뒤 시범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경버추얼스튜디오(MVS)라 명명한 이 방식은 대형 발광다이오드(LED)벽을 활용해서 고도의 해상도화면을 실시간 투사, 배우와 배경을 동시에 촬영한다. 특히 화면을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후반 합성작업을 줄여 제작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영상을 제작할 때 주로 야외나 세트를 지어서 촬영했다. 당연히 날씨, 장소 확보, 시간 등 제작에 제약이 많았다. 버추얼스튜디오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실시간으로 시각효과 기술을 구현, 시나리오 창의성을 끌어올리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버추얼스튜디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목받았다. 단순한 촬영방식 변화가 아니라 전체 제작과정을 혁신시켜 콘텐츠산업 구조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래서 2028년에는 세계시장 가치가 47억3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경에 구축한 버추얼스튜디오는 이런 특징 외에 더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가로 43m, 세로 7m의 LED벽을 갖춰서 공공 영역에서의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 문경의 사극 촬영장을 3차원으로 스캔한 데이터를 갖춰 사극 제작에 적합한 스튜디오다. 아울러 민간의 버추얼스튜디오보다 낮은 임대료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중소 영상제작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OTT인 넷플릭스가 10년 전 한국에 상륙한 뒤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콘텐츠 제작비가 급상승, 중소제작사의 제작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제작비 인상으로 인해 드라마 제작 편수만 봐도 2022년 140편에서 2023년 120편, 2024년 114편 등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경 버추얼스튜디오의 등장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인프라 구축만이 종착역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최대·최신 장비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운영을 잘 하는 것이다. 버추얼스튜디오를 구축한 뒤 현장의 수요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해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경은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서 현재의 '빛'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먼저, 제작사들이 문경 버추얼스튜디오를 활용하고 싶게끔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 지역의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북의 인근 지역 대학에 관련 학과를 신설해 버추얼스튜디오가 인력 양성의 장으로도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영화나 드라마만이 아니라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버추얼스튜디오의 기본이 되는 가상배경 데이터인 디지털에셋도 더 확충해야 한다. 사업 기간이 넉넉지 않아서 문경 야외 촬영장 4곳과 안동 한 곳 등의 주요 요지만 3D데이터로 스캔 작업을 했는데 지속적으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해서 배경화면 데이터를 풍부하게 갖춰야 하는 것도 넘어야 할 '벽'이다.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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