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지혜를 찾는 智求人, 책을 펼쳐라

  • 이향숙 산학연구원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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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7  |  수정 2025-02-17 07:08  |  발행일 2025-02-17 제21면

[단상지대] 지혜를 찾는 智求人, 책을 펼쳐라
이향숙 산학연구원 기획실장

디지털 시대, 우리는 매일 수백 개의 짧은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이 우리의 사고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책을 읽지 않으면 뇌가 부패한다. 즉각적인 정보에 익숙해진 뇌는 점점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않게 되고, 이는 문해력 저하로 이어진다. 최근 '뇌부패(brain rot)'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는데, 2024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며 지나치게 단순한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인지 능력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했다.

문해력은 단순한 글 읽기를 넘어, 의미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이다. 한 예로 '두발 자유화'라는 표현을 '두 다리의 자유화'로 오해한 사례가 있었다. 독해력이 부족해지면서 짧고 단순한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는 잘못된 정보에 쉽게 휘둘린 결과로 이어졌다.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를 깊이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은 오히려 쇠퇴해 지적 역량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다. 독서는 단순히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하며 사고력을 확장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필자의 아들도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업 성취도를 높이려 여러 학원을 다녔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연과학, 공학, 수학 등 기초 학문뿐만 아니라 최신 과학 기술을 다룬 서적을 접하면서 배경지식을 넓혔다. 특히, 수능을 치르며 독서가 비문학 지문의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낯선 지문에서도 독서를 통해 길러진 분석력이 작용해 논지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고, 결국 비문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독서는 단순한 문장 해독을 넘어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신의 손을 가진 의사 벤 카슨은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빈민가에서 자랐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꾸준히 독서하며 사고의 힘을 키웠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지적 역량을 키운 그는 세계적인 신경외과 의사로 성장했다. 1987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하는 역사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의 성장 과정에서 독서는,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틀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였다고 한다. 의사는 단순히 병의 증상을 보고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인 사고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독서는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강동화 박사 역시 '나쁜 뇌를 써라'에서 우리가 부정적으로 여겼던 뇌의 기능들이 오히려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바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결국,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필수조건 중 하나가 독서다. 단편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 수록 깊이 있는 글을 읽고 사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피상적인 정보 소비에서 벗어나, 한 권의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의 뇌는 활력을 얻는다. 우리의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한 권의 책을 펼치며 진정한 지구인(智求人, 지혜를 구하는 사람)이 되자.이향숙 산학연구원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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