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성황리에 막을 내린 연극 '흉가에 볕 들어라' 배우들. <배우 권명순 제공> |
안동 배우들이 열연한 연극 '흉가에 볕 들어라'가 지난달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출연진 모두 안동 배우들로만 구성돼 공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열악한 지역 공연계 사정상 쉽지않은 도전이었다. 영남일보는 이번 연극에서 우물귀신 역할을 맡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배우 권명순(여·55)씨를 만나 지역 공연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봤다.
권명순 배우는 "사실 안동에서 이런 깊이 있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전문 연출 감독이 참여하면서 배우들의 캐릭터가 뚜렷해졌고, 연기력도 향상되는 기회가 됐다"며 "지역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활동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연극의 형식과 개론, 그리고 작품 활동에 대한 궁금증을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었고 많은 공부가 됐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권 배우는 뮤지컬과는 또 다른 연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 '왕의 나라' 초연 당시 시민들을 모집해 안무, 음악, 연기 등을 가르쳤다. 뮤지컬의 다양한 요소를 배울 수 있었고, 연기자로서 정말 큰 도움이 됐던 경험이었다"면서 "이번 연극은 그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시간이었고, 캐릭터 하나하나를 더욱 깊이 탐구하고 다른 배우들의 연습을 보면서 어떤 점이 잘됐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모든 배우가 성장하는 기회였다"고 했다.
지역 공연계의 상황에 대해선 "안동 같은 소도시에서 뮤지컬이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며 "배우는 무대에 설 때 가장 빛나고 행복하지만, 한 작품을 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 그래서 영남일보와 같은 언론사가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번 '흉가에 볕 들어라' 공연도 모든 배우가 빛날 수 있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연극은 특정한 한 사람만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배우들 모두 각자의 역할을 소화하며 무대에서 빛냈다"며 "특히 젊은 배우들도 이번 작품을 통해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이런 경험이 지역 연극인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권 배우는 지역 연극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바람도 전했다. 그는 "안동에는 '왕의 나라'를 비롯해 여러 실경 뮤지컬이 있지만 대부분이 지역적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을 본 많은 관객이 '왜 이제야 이런 연극을 보여주냐'고 말했다"며 "대형 뮤지컬도 좋지만, 이렇게 깊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연극들이 더 자주 무대에 올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도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연극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지역 배우들이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역 연극인들이 꾸준히 발전해 시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정운홍기자 jwh@yeongnam.com

손병현

정운홍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