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니라 말라죽어가는 중" 기후 온난화로 매개충 급속 확산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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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6  |  수정 2025-03-06 09:05  |  발행일 2025-03-06 제4면
[산림이 미래다]〈상〉 경북 재선충 피해 현황

단풍이 아니라 말라죽어가는 중 기후 온난화로 매개충 급속 확산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대 산림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돼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이 지역은 피해규모가 커 지난해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됐다. 건강한 소나무에 재선충을 옮기는 곤충은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 두 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도 제공〉
단풍이 아니라 말라죽어가는 중 기후 온난화로 매개충 급속 확산

경북은 강원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넓은 129만㏊의 산림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길게 자리잡고 있어 산림생태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도래와 함께 산림 자원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등 첨단 기술과 융합한 미래 선도형 산업으로 육성이 가능해서다. 산림이 보다 가치 있는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는 미래가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경북의 산림 자원은 최근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기후 온난화와 함께 소나무재선충이 창궐하면서다. 최근 9개월간 국내 피해목 중 44%에 달하는 60만 그루가 감염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 이에 경북도는 재선충 방제는 물론 수종 전환 등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영남일보는 3차례에 걸쳐 소나무재선충 피해의 심각성과 대응 방안, 앞으로 경북 산림산업의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경북 전체 피해목의 76%가
포항·경주·안동·구미 분포
고사목 늘어 산불 확산 빨라

5개 시군 특별방제구역 지정
예산 작년比 두배↑ 1천37억


단풍이 아니라 말라죽어가는 중 기후 온난화로 매개충 급속 확산


   재선충 한쌍 20일뒤 20만마리↑   

소나무재선충(Bursaphelenchus xylophilus)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nematode)이다. 크기가 약 1㎜에 불과하지만 3일~5일 만에 성충이 될 정도로 번식력이 좋다. 한 쌍의 재선충은 20일 뒤 20여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하고, 나무 조직 내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차단한다. 이로인해 감염된 나무는 1년 이내에 말라 죽게 된다. 현재까지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어 감염된 나무는 100% 고사한다. 더욱이 소나무뿐만 아니라 곰솔, 잣나무, 섬잣나무에도 기생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원래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대륙 토착종이었으나 중국, 대만, 포르투갈, 스페인 등 전 세계 10개국으로 번진 상황이다. 한국에는 1988년 일본을 통해 부산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경북에서는 2001년 구미 오태동에서 최초 발견됐다.

5일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경북 22개 시·군 중 울릉군을 제외한 21개 시·군이 재선충병에 감염됐다. 섬을 제외하곤 사실상 '청정지역'이 없는 셈이다. 특히 포항과 경주, 안동, 구미 지역의 피해가 두드러진다. 경북 전체 피해목의 76%가 이들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덕과 성주에서도 1만~3만 그루 피해가 발생했고, 김천·영주·영천·상주·문경·의성·청도·고령·칠곡도 1천 그루 이상 감염이 확인됐다. 동해안과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내륙 권역에서 피해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북부지역인 청송, 영양, 예천, 봉화, 울진과 경산은 피해목이 1천 그루 이하로 파악되고 있다.

경북 지역 피해가 심해지는 원인은 기후 온난화 영향이 크다. 매개충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매개충이 늘어나면서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건강한 소나무에 재선충을 옮기는 곤충은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두 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방제 작업 이후에도 병징(病徵)이 나타나는 감염우려목이 증가함에 따라 피해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소나무 공익적 가치 연간 71조   

소나무는 국내 산림을 이루는 주요 수종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 정서와도 밀접하다. 예로부터 서화나 민화, 노래, 설화 등의 단골 주제로 여겨져 왔다. 지금도 조경수는 물론 국가유산 복원 등에 쓰임새가 많다. 지난해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소나무의 공익적 가치는 연간 7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나무의 △대기 정화 △토사 유출방지 △산림 휴양 △산림 경관 등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한 액수다. 산림청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에스프레소 1잔(35.7g) 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제거한다. 1㏊의 나무 숲은 1년간 미세먼지 46kg을 없애는데 경유차 27대가 내뿜는 미세먼지양과 같다.

소나무는 매년 2천894억원의 임산물 수익도 창출한다. 목재 1천335억원, 조경수·분재 1천165억원, 송이 279억원, 잣 115억원 등이다. 소나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가치는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닌 셈이다.

재선충 방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자연재해 방지에 있다. 재선충 피해목은 산불 확산의 매개체가 되는 것은 물론 홍수 시 토사 붕괴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고사목들은 산불이 났을때 수관화(crown fire, 樹冠火)를 촉진하는데 이는 산불의 대형화를 초래한다. 일반적인 초기 산불은 지표화 형태로 시작돼 지표면에 있는 낙엽이나 덤불이 불타다가 나무에 옮아 붙는 수관화 형태로 전이된다. 2023년 캐나다 대형 산불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소나무 고사 면적의 증가였다.

   올 재선충병 방제 1천억원 투입   

경북도는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방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재선충병 감염목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고사목 제거·방제 기간을 늘렸다. 기존 10월 중순~이듬해 3월 말→ 9월 초순~이듬해 4월 말로 확대한 것이다. 또 지난해 포항, 경주, 안동, 고령, 성주 5개 시·군 3만1천375㏊를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방제구역에선 '수종전환' 기간을 9월 초순부터 이듬해 5월 말까지 연장해 효과적인 방제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재선충방제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497억원 수준이던 방제 예산을 올들어 1천37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렸다. 이를 통해 극심한 피해 지역과 청정 환원 대상지역 등에 재해 대책비를 조기에 교부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지역 방제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목 전량 제거를 목표로 관련 예산도 크게 늘려 잡았다. 지난달 7일에는 소나무재선충병 총력 대응 결의대회를 경주에서 갖고 방제 종사자와 관계자들의 의지를 한층 강화했다.

앞으로 경북도는 광역 선단지(확산 제지 위한 방어선)와 방제 우선지역을 설정해 재선충 확산 억제에 나선다. 또 시·군 간 합동 예찰을 실시하고 방제 계획을 공유해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소나무는 생태적, 문화적 자원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산림 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산림 생태계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경북도는 각 지자체는 물론 지역 주민들과 힘을 합쳐 소나무재선충병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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