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4일은 '화이트 데이'라고도 한다. 사탕 판매 목적으로 만들어진 날답게 이날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준다.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2월14일은 '밸런타인 데이'라 한다. 외로운 사람끼리 검은 음식을 먹자는 '블랙 데이'도 있다. 4월14일이다.
화이트 데이의 원조는 '마시멜로 데이'이다. 마시멜로는 습지 아욱이다. 마시멜로 데이는 아욱 추출액으로 과자와 약을 만든 고대 이집트 민속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시멜로는 '곰돌이 푸' 번역 때 찹쌀떡으로 옮겨지기도 했지만 둘은 많이 다르다.
밀른의 '곰돌이 푸'에 고퍼가 마시멜로를 구워먹자고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절미나 찰떡을 구워 먹는 우리나라 음식문화와 닮은 대목이다. 인간생활의 기본이 의식주인 만큼 음식이 문학작품에 제재로 채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진건 소설 '타락자'에 "궐(그)의 얼굴은 마치 이글이글 타는 숯불 위에 놓여 있는 불고기덩이 같았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타락자'는 불고기라는 어휘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하는 문헌이다. 시와 소설은 그런 측면에서도 역사 사료로 가치가 있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에 설렁탕이 나오는 것은 국민 상식이다. 인력거꾼 김 첨지는 설렁탕이 먹고 싶다는 병든 아내를 위해 궂은 날씨에도 일을 나간다. 하지만 그가 설렁탕을 사서 귀가했을 때 아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운수 좋은 날'에는 빈대떡도 나온다.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 김 첨지는 곧장 집으로 못 가고 선술집에 들른다. "갑자기 속이 쓰려 견딜 수 없었던" 김 첨지는 "위선(우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시켜 술 한 사발과 함께 삼킨다.
술이 음식인가 못마땅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마시고 먹는 것을 음식이라 하니 분명 음식이다. 술은 소설 제목 지위까지 차지한다. 지식인소설 '술 권하는 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일제에 지배당하고 있는 이 사회가 한국인에게 술을 권하는구나!
노자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상향으로 보았다. 식민지가 되면 침략자들까지 거주하니 인구가 많아지고, 정복국으로 치면 나라도 커진다.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식민지로 전락하면 술 권하는 사회가 된다. 유비무환 정신으로 그런 사태를 예방해야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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