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쇄된 대구시 북구 홈플러스 대구점 모습.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매입채무 유동화를 포함한 채권 상환을 조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홈플러스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17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홈플러스 상거래채권 총지급액은 3천510억원으로, 당장의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홈플러스는 “당사 매입 채무 유동화와 관련해 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증권(ABSTB 포함)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들은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당사에 있으므로 해당 채권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매입채무 유동화는 신용카드로 결제해 나중에 받아야 할 물품대금을 기초자산으로 단기 사채 등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영사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이 전날 사재 출연을 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영세업자·소상공인에게 밀린 납품 대금과 정산금은 신속히 지급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주주사에서 자금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채권을 조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홈플러스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결정해 현재 소상공인 채권 지급에 필요한 소요 금액을 추산 중에 있다"며 “집계가 완료되는대로 주주사와 실무협의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상공인들의 채권 지급을 완료함으로써 소상공인들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정상화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Working Capital)은 마이너스(-) 8천753억원이다.
이 탓에 홈플러스의 재무·영업 정상화 첫 단추로 순운전자본을 플러스(+)로 돌려 놓기 위해선 최소 8천억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게다가 단기 채무 상환을 위한 추가 유동성 공급도 필수적이다.
특히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와 소상공인 등에게 밀린 홈플러스 대금이 얼마인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자금 출연 계획과 그 액수를 공개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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