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영빈<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
민원이 때론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발생한다. 응대가 불친절하다는 오해로 쌍욕을 들을 때도 있다. 수업 중 아이들끼리 다툼이 부모들 다툼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우산을 잃어버렸다며 경찰서에도 신고한다. 민원이 발생하면 무조건 센터 측의 불찰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한다. 악성 민원은 상식적인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꼭 내 탓만은 아닌데 괜히 억울하고 답답할 때가 있다. 팀원들에게는 그냥 듣고 흘리라며 위로하건만 어떤 날은 나도 내 마음이 통제가 안 된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기분이다. 밤새 잠을 설친다. 감정노동의 애환이랄까. 나의 감정은 속인 채 남의 감정을 위해 일해야 하는. 문화센터는 수강생이라는 고객을 응대하는 일터이다. 민원은 피할 수 없는 숙제고 숙명이다.
'감정노동'은 1983년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이자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통제된 마음(The Managed Heart)'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서비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등장한 노동 형태를 말한다. 콜센터 업무가 감정노동의 대표적인 예로 잘 알려져 있다. 의사도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그들의 '고객'이 되는 환자를 대면하여 만족도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감정노동이 직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타인을 위한 '감정노동'이 있다면 나에 의한 '감정조절'도 있다. 공통점으로 마음을 통제하여 내 마음과 다른 '가짜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는 이를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가족에게 밝은 척, 상사에게 괜찮은 척, 친구에게 아닌 척 등 속마음과 다르게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심을 다하지 않을 때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울감이 심한 상태를 말한다. 내 마음은 나에게 달려 있으니 개인적 경험으로 나만의 처방전을 소개한다. 1. 상황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2. 주문을 외우듯 다음과 같이 되뇌었다. 상대방과는 다시 볼 일 없다. 나에 대해 잘 모른다. 다음에 다시 봐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3. 일찍 잠을 청했다(술 기운도 좋다). 시간이 지나니 잊혔다.
박영빈<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