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전산재료공학과 AI를 활용한 고성능 내화강 설계. <포스텍 제공>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화재로 인한 건물 붕괴를 막을 튼튼한 철강을 개발했다. 대한민국 역대 최악의 산불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발표한 연구 결과라 주목받는다.
포스텍에 따르면 일반적인 강철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600℃ 이상의 고온에서 강도가 급격히 저하돼 건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600℃ 이상 고온에서도 강도 3분의 2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내화강(Fire-resistant Steel)'이 있지만, 몰리브덴(Mo) 같은 희귀 금속이 필요해 원가가 높다.

김경덕 교수. <포스텍 제공>
이에 김경덕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포스코기술연구원, 미국 퀘스텍 이노베이션스(QuesTek Innovations) LLC 연구팀과 함께 고속대량스크리닝 CALPHAD기법과 AI(인공지능)를 결합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11가지 합금 원소를 다양하게 조합하고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의 기여도를 계산했다. 이어 5천개의 조성에 세 가지 열처리 조건을 적용해 3만개 이상의 고온 항복강도를 예측하는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뒤 AI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이론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조성을 찾아 제작에도 성공했다. 개발된 내화강은 600℃에서 520~770MPa에 달하는 항복강도를 보였으며, 이는 기존 S355(항복강도가 355MPa 이상인 강철) 강재의 강도를 두 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연구팀이 내화강은 고층 건물과 교량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화재 발생 시 인명과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연구는 최근 '머티리얼즈 앤 디자인(Materials & Design)'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전준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