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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반국가세력 척결"을 자주 거론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패착에서 우리는 이념논쟁이 얼마나 허망하고 시대착오적인지를 통감했다. 이를 인지한 까닭일까.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박정희·이승만 묘역을 참배하고, '보수 책사' 윤여준을 영입했다.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겠다는 통합의 포석이리라.
# 아리송한 우클릭 행보=중도 공략은 21대 대선 민주당의 승리 방정식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서울과 충청에서 각각 31만표, 16만5천표 뒤졌다. 이젠 우클릭으로 중도 전선(戰線)인 한강 벨트와 충청 표심을 잡을 요량이다. 분배주의자였던 이재명이 성장 담론을 역설하는 이유다. 이재명표 실용주의 '먹사니즘'과 '잘사니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도 그 연장선상이다. 지난달 출간한 책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이 후보는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 더 성장해야 격차도 줄일 수 있다"며 '분배보단 성장'을 표방했다. 외교안보도 "중국과의 관계를 실리외교로 잘 풀어내되 한미동맹의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재명의 우클릭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성장을 외치면서도 성장 제1 주체 기업의 생태계 조성엔 인색하다. 재계가 반대하는 '더 센'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노조친화적인 '노란봉투법'과 시장 기능을 거스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강행하겠단 의도다. 이러니 '좌재명'인지 '우재명'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반도체특별법 52시간 예외'도 금세 말을 바꾸지 않았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달큰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중도층의 환심을 샀지만 취임 후 공수표로 돌렸다. 이 후보는 선거 전인데도 발언 상충, 자기모순에 빠진 게 벌써 여러 번이다.
# 제동장치 없는 '절대권력' 우려=지지율 '블루칩'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이길 경우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을 동시에 장악하는 무소불위 정권이 탄생한다. '절대반지'를 낀 울트라 파워맨이 출현한다는 의미다. 입법과 행정이 일체화되면 권력분립과 권력기관 간 견제는 형해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거부권 같은 제동장치가 작동할 수 없으니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 어렵다. 이재명의 의지에 따라 상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이 공포·발효될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당내 세력 분포도 '친명' 일극 아닌가.
'이재명 독재' 우려는 대선 기간 내내 국민의힘의 공격 포인트가 될 게 분명하다. 이 후보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권력분립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와 국정의 여야 합의 원칙을 밝혀야 한다. 민주당에 잠재해 있는 '반시장 DNA'와 자유시장주의의 조화도 이재명의 과제다. 현란한 좌우클릭, 임기응변식 말 바꾸기는 리더의 신뢰를 잠식한다. 뚝배기 같은 은근함과 진득함이 유독 아쉽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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