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Talk] 첫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 펴낸 하기정 시인…“문장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 이어지길”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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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9 08:14  |  발행일 2025-05-09
[Book Talk] 첫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 펴낸 하기정 시인…“문장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 이어지길”

건너가는 마음/하기정 지음/모악/272쪽/1만5천원

[Book Talk] 첫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 펴낸 하기정 시인…“문장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 이어지길”

첫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을 펴낸 하기정 시인.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나는 오늘 밤에 꿈을 꿀게. 네가 와야 완성되는 꿈이야. 떠난 후론 우리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잖아.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빚자. (중략) 배를 타고 너는 동쪽 바다로, 나는 서쪽 바다로 가자." (진흙으로 빚은 배)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하기정 시인이 첫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을 출간했다. 문학은 경전이나 삶의 지혜를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끝없는 질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들이 있다. 길을 가다 시각적으로 잡아당기는 어떤 사물, 걷다가 드는 생각들, 활동의 순간에도 떠오르는 말들…. 하 시인은 그런 것들에서 포착한 깨달음을 산문으로 담아냈다.

▶산문집 출간은 처음이다.

“기대와 긴장감과 함께, 첫 산문집이기 때문에 독자를 만나는 설렘으로 두근거린다. 시는 언어의 밀도가 높다면 산문은 풍선처럼 가볍고 자유롭다. 내가 쓴 글을 통해,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새롭게 나를 발견하려고 하는 순간들을 표현하고 자세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산문의 매력인 것 같다."

▶표제 '건너가는 마음'에 담긴 의미는.

“사심을 듬뿍 담았다. 작품 속 문장들이 사람들에게 건너가서 그 마음과 마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 달려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극적으로 공감해줄 독자를 찾아 나서고 싶은 능동적인 생각의 표현이다. 글쓴이는 자신이 생각한 것 전부를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지나치기도 하고 놓친 부분을 독자가 건너뛰기도 하고 읽고 채워서 완성한다."

▶많은 작품이 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인에게 '꿈꾼다는 것'은.

“꿈은 황당무계한 것 같지만, 문학으로 생각하면 어떤 맥락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문학이 삶을 재구성하여 삶을 더 잘 보여주고 살아가고 싶은 욕망의 잠재성을 품고 있는 것처럼,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은 현실의 다른 이름으로 이 또한 재구성된다. 예지몽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마냥 흘려보내는 것은 아까워서 아침에 일어나면 간밤의 꿈을 점검하고는 한다."

▶3부 작품들을 보면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에 대한 담담한 태도가 드러난다.

“짧은 해 동안 가족과 친지들을 잃었다. 상복을 벗고 나면 또 상복을 입고 있어야 했다. 객관적인 죽음들, 생로병사의 자연사이지만, 곁에서 함께 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어느 날 잃는 경험은 가장 주관적인 슬픔이라는 걸 알았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삶은 산 사람 속에서 죽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 느낌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은 위로였다. 그래서 사별의 이별은 담담하고 그래서 더 슬프다."

▶쓰기에 대한 열망, 하루키의 산문 등 '좋은 글'에 대한 동경이 엿보인다. 시인에게 좋은 글이란.

“생활인으로서의 자아와 작가적 자아가 동시에 있다. 생활자로서의 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쪽으로 더 기울어진 자아라서, 글에서 보상받고 싶은 인정욕구가 있는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은 가장 나다운 내가 되고 싶은 '어떤 것'이다. 이상적인 것이라서 영원히 도달하기 어려워서 늘 갈망하는, 인식의 지점이 명확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이번 산문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모든 삶들에 안녕이라고 할 것 같다. 안녕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만나면서도 안녕, 헤어지면서도 안녕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상관관계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이 세계는, 모든 갈등에는 분노가, 분노가 지나간 자리에는 연민이, 그리고 남은 물기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물기를 품은 작품이 좋은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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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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