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국내산 닭을 활용한 치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브라질 정부가 두 달여간 닭고기 수출 중단을 결정하면서 치킨, 급식, 뷔페 등 대구지역 외식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다행히 대구지역 유통업계에 아직까지 큰 여파는 없지만 장기화될 상황을 대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브라질산 닭고기는 15만8천t(톤)으로, 전체 수입량(18만3천600t)의 86.1%에 육박한다. 국내에서 작년 연간 소비된 닭고기(80만1천600t) 중 브라질산도 19.7%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이 장기화되면 국내산 생닭 수요가 높아질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난해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와 함께 올해 2월 평택 부화장 화재 등 악재가 겹치면서 현재 국내산 생닭을 사용하는 치킨업계조차도 원자재가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어 치킨값이 또 다시 치솟을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지역 치킨업계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순살 메뉴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벌써부터 닭고기 수급 차질과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지역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대개 브라질산 닭고기는 순살로, 냉동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게가 한 두 달의 여유분은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벌써 일부 냉동 닭 도매상이 납품가를 10~30% 올렸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며 "닭 메뉴를 주력으로 파는 치킨집 자영업자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웃돈 얹어 닭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 수급 불안정으로 치킨값도 자연스레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메인이 닭 메뉴가 아닌 지역 식당이나 급식, 뷔페 업체 등에서도 당장 닭고기 물량 부족을 겪지는 않지만, 준비해 둔 물량이 떨어지면 다른 메뉴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지역 한 뷔페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내산 닭을 주로 쓰고 있어서 아직까지 현 상황에 큰 체감은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닭을 대신할 다른 재료 메뉴를 구성해야할 듯 하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등 지역 유통업체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의 경우 주로 국내산 생닭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할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즉석조리매장에서 제작한 닭강정 등은 브라질산 닭고기를 쓸 순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비축 물량이 있어 수급에는 무리가 없다"면서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미국 등 다른 국가의 대체 산지를 늘려나가는 등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에 따라 이날 국내 닭고기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하림은 전 거래일 대비 25.2% 상승한 3천800원으로 장을 마쳤으며, 마니커는 30%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마니커에프앤지(12.3%), 동우팜투테이블(12.7%)도 급등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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