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선 슬로건

  •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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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2  |  수정 2025-05-22 07:49  |  발행일 2025-05-22 제23면
가장 성공한, 또 임팩트 있는 대선 슬로건을 꼽으라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가 단연 압권이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구호다. 클린턴 캠프에서 활동했던 제임스 카빌의 작품이다. '경제'라는 실용적 가치를 띄운 슬로건에 힘입어 클린턴은 현직 대통령 조지 H. W. 부시에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GA)'도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에선 1987년 대선 노태우 후보의 '보통사람 시대'와 1997년 김대중 후보가 내세운 '준비된 대통령'이 성공한 슬로건으로 회자된다. 2012년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은 워라밸 트렌드에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릿고개가 빈번했던 1950~60년대엔 직설적이고 원초적인 슬로건이 많았다. 6대 대통령 선거 오재영 후보의 '배고파 못 살겠다, 죽기 전에 살길 찾자'는 구호가 대표적이다.

21대 대선 슬로건은 대체로 평이하고 다들 고만고만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은 시대적 전환기의 일꾼 이재명을 은근히 부각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슬로건은 '새롭게 대한민국! 정정당당 김문수'다. 꼿꼿한 정체성, 깨끗한 이력을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미래를 여는 선택, 새로운 대통령'은 미래 비전에 방점을 찍은 구호다. 한덕수 전 총리는 '조용하고 편안한 나라'를 선거 슬로건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보 사퇴로 빛을 보진 못했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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