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시는 이달 1일부터 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 중이다. 사진은 9일 오전 51번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주시민들 모습. 장성재 기자
경주시가 이달 초부터 시행한 '만 70세 이상 시내버스 무임승차 제도'가 어르신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단말기 음성 메시지를 두고 일부 불편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경주시 안강읍과 황성동 등 도심 주요 정류장에는 무임카드를 손에 든 어르신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잔액 걱정 없이 버스를 탈 수 있어 편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시행 일주일이 지나자 예상 밖의 지적이 나왔다. 단말기에서 나오는 음성 메시지 때문이다.
현재 경주시 시내버스 단말기는 일반 성인 유료 승객에게는 "감사합니다", 무임 승객에게는 "사랑합니다"라는 음성을 안내한다. 일부 어르신들은 이 차별화된 음성 안내가 '무임승차자'를 특정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성건동에 사는 최모(78)씨는 "굳이 '나이도 많고 공짜로 탔다'는 걸 주변에 알리는 것 같아 민망했다"며 "이용한 지 얼마 안 돼 처음엔 기계 오류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앉으려고 할 때 눈치가 보였다. 왜 무임승차를 음성으로 알리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취재 결과, 해당 음성 메시지는 70세 이상 어르신 버스 무료화를 시행하는 경북도 단위에서 논의해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 교통행정과 대중교통팀 관계자는 "부정 사용을 방지하려면 단말기에서 이용자를 구분할 수밖에 없다"며 "도내 타 시군과 회의 결과 기존 사례 중 반응이 좋았던 '사랑합니다' 멘트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근 광역지자체에서도 무임승차자 등을 구분한 멘트를 활용하고 있으며, 기사들의 탑승객 부정 사용 식별 편의를 위해 영상뿐만 아니라 '소리로 구분이 필요한 측면'이 있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단말기에서는 청소년, 일반, 어르신 등 이용자별로 서로 다른 멘트를 설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간 구분이 음성을 통해 노출되는 방식은 당사자의 인권감수성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40대 경주시민 김모(동천동)씨는 "아이들의 무상급식도 차별을 겪지 말자고 전체 시행하는데 오히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낙인처럼 들릴 수 있다"며 제도 설계의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는 무임승차 제도 시행으로 9일 기준 전체 대상자 4만6천여 명 중 2만9천여 명인 약 65%가 카드를 수령했으며 경주뿐 아니라 포항·영덕 시내버스까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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