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 올 첫 조류경보 강정고령보 가보니…낙동강물 위로 퍼진 ‘녹조의 띠’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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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2 10:53  |  수정 2025-07-13 20:16  |  발행일 2025-07-13
짧은 장마 뒤 폭염 속 유해남조류 45배 급증…녹조 대응체계 가동
환경청·수자원공사, 정수 강화·현장 순찰 강화 총력
지난해 여름, 낙동강 강정고령보 인근에서 수자원공사 녹조 제거선이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영남일보 DB>

지난해 여름, 낙동강 강정고령보 인근에서 수자원공사 녹조 제거선이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영남일보 DB>

지난 11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강둑을 따라 서 있자 숨이 턱턱 막혔다. 온도계는 이미 34℃를 가리켰다.


강가에 나와 낚싯대를 드리운 70대 한 남성은 "물이 끈적해서 고기들이 미끼를 안문다. 녹조가 올라왔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실제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강물빛은 분명 예년 이맘때와는 달랐다. 맑은 물빛 대신 연둣빛 띠가 얼룩처럼 형성돼 강물 표면에 들러붙어 있다. 푸른 곰팡이처럼 둔탁하고, 점성을 띤 물줄기는 양탄자처럼 강 수면위에 깔렸다.


이곳 강정고령보 지점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올해 처음으로 발령됐다. 대구환경청은 전날인 10일 오후 3시, 조류경보 체계를 가동했다.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1주일 새 45배 폭증해서다.


측정 결과를 보면 변화치는 우려할만 했다. 6월말까지만 해도 2천364 cells/mL에 불과했던 남조류 세포 수가 7월 둘째 주(7.7 기준)엔 무려 1만6천505 cells/mL로 치솟았다.


수온 역시 24.0℃→ 31.7℃로 급등했다. 짧은 장마 이후 찾아온 폭염, 무강우 상태가 강정고령보내 녹조류 확산에 불을 지폈다.


현장은 이미 비상 대응체제가 가동됐다. 취수장 근처엔 한국수자원공사 작업선이 물 위를 가르고 있었다. 작업선 안에 탑승한 한 직원은 강물에 투입한 장비를 살피며 "녹조 띠가 일정 구간을 타고 내려온다"며 "조류 제거선이 따라가며 끌어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지점에선 드론 한 대가 강을 따라 저공비행을 했다. 대구환경청이 항공감시를 통해 녹조 확산 범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우려했다. 다사읍 죽곡리에 거주하는 김모(58)씨는 "어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취수원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밥을 짓고, 몸을 씻는 게 괜찮은 지 걱정된다"고 했다.


대구환경청은 조류경보 발령과 동시에 지자체와 수자원공사, 정수장 등 관계기관에 정수처리 강화와 오염원 점검을 지시했다. 국·공유지 야적 퇴비, 환경기초시설, 개인 오수처리시설까지 전방위 감시를 예고했다.


김진식 대구환경청장은 "기상청 예보를 보면 당분간 강수 가능성이 낮다"며 "녹조가 더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유관기관과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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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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