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 갈등 장기화 여파로 전국 국립대병원 임상강사(펠로우) 수가 5년 전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대구 거점 국립대병원인 경북대병원의 경우, 올해 5월 기준 임상강사 1년차가 고작 10명에 그쳤다. 2020년(69명)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진료는 물론 연구 인력마저 빠져나가면서 환자 안전을 위한 근간이 뿌리채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남일보 취재결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10개 국립대병원 임상강사 1년차 현황'를 보면 2025년 5월 말 기준 경북대병원 소속 임상강사는 10명이다. 2020년 69명, 2021년 7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62명, 2024년 35명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두 자릿수 턱걸이마저 힘든 상황이다.
임상강사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대학병원에서 진료와 교육, 연구를 병행하는 고급 인력이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교수진 수급은 물론, 전공의 교육 체계와 환자 진료 품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린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대구경북권 유일의 국립대병원이자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지방 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 여파는 가볍지 않다.
전국 국립대병원 상황도 매한가지다. 2020년 485명이던 1년차 임상강사는 올해 5월 기준으로 122명이다. 74.8%나 감소했다. 서울대병원은 186명→64명, 부산대병원은 73명→20명, 전남대병원 71명→11명으로 각각 줄었다. 강원대병원은 2년 연속 '0명'을 기록했다.
의료계는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이유로 의·정 갈등 장기화와 개원 선호 증가, 수련환경 악화를 동시에 지목한다. 여기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이 겹치며 전문의 시험 응시자 수 자체가 줄었다. 실제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최종 합격자는 509명에 불과하다. 지난해(2천727명)의 18.7% 수준이다.
전문의 수는 △2020년 8만8천877명 △2021년 9만1천53명 △2022년 9만3천457명 △2023년 9만5천640명 △2024년 9만7천365명이다. 매년 2천~3천명씩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며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방 거점병원의 인력 기반이 무너지면 지역 의료공백이 커진다. 특히 경북대병원은 경북 북부 및 대구권 중증질환자 의뢰의 최종 단계다. 펠로우 부재는 중증 응급환자 진료 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윤 의원은 "전공의와 임상강사 수급이 동시에 흔들리는 지금이 지방 의료 붕괴를 막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정부는 병원 현장의 경고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